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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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박조건형, 김비-비소설/국내 2023. 10. 25. 10:09
1. 사랑을 하다 보면, 그때 그 마음들이 시간에 뭉개져 보일 때가 있다. 김이 서린 창문처럼 말이다. 아무리 팔꿈치로 문질러도 더 흐릿해지는 것만 같다. 나 역시 지금은 그때의 그 순간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반짝거렸던 햇살과 순수했던 마음들을 오래된 사진 한 장처럼 붙들고 있긴 하지만, 얄팍하게 만져지는 기억들이 이따금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멀리 와 버린 지금, 다툼과 섭섭한 마음이 쌓이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사랑은 늙어가고, 사랑이란 원래 변하는 거라고 인정해 버리면 간신히 붙들고 있던 그 모든 사랑의 기억마저 훼손되는 것 같기 때문에, 방법은 없다. 매일 그 사람을 새로이 사랑하는 수밖에. 기억하고 쓰고 그리며 내일 다시 또 사랑해야 하겠구나. 늙어가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