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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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소설/국외 2023. 10. 24. 11:03
1. 키스도 하고 서로를 안기도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면 차라리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처절한 갈망은 채워지는 일이 없었다. p.18 2. 우리는 일 년에 몇 번 어쩌다 기억났다는 듯이 만났을 뿐 관계가 연애로 발전될 기미는 거의 없었다. 다만 이 사람이 만나자고 한다는 건 나를 신뢰하며 정말 만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고, 그처럼 착실한 사람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그를 향한 동경이 부풀었다. p.68 3. 우리 부모님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다가 거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간다. 그런데도 이 가게에 남아 있는 그의 잔영은 어떤 의미에서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세상은 온갖 사람들의 잔영으로 가득하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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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뚜껑> -요시모토 바나나-소설/국외 2023. 10. 23. 10:22
1. “그래도 북적거리던 시절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활기가 탱글탱글한 덩어리처럼 손에 만져질 듯 기운 넘치던 시절에. 밤길을 걸어만 다녀도 축제 같은 기분이었어. 관광지라서 참 좋았는데. 가을이 오면 여름철에 바빴던 동네 사람들이 좀 멍하고 축 늘어져서 휴식에 들어가는 느낌도 정말 좋았고. 그런 걸 보여 주고 싶었어.” p.56 2. 멀리 떠나가는 배가 콩알만 하게 보인다. 한 줄기 하얀선을 남기고. 마치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바다 위로 멀어지는 것을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금색으로 빛나고,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반짝거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도 빛나고, 너무 아득해서 가물가물했다. p.76 3. 그 등이 내 꿈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오직 그 울퉁불퉁 억센 손을 잡을 때가 내 온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