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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 -백세희-비소설/국내 2023. 12. 1. 13:55
1. 선생님: 누구나 다 그런 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내가 즐겁다 하더라도 그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정말 행복한 시기에도 모든 것들이 다 좋을 순 없거든요. 다만 내가 지금 튼튼하니까 누가 좀 툭툭 때려도 그냥 신경 안 쓰고 지나갔던 거지, 그 당시에 아팠으면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 누가 툭 치는 것에도 굉장히 아팠을 수 있어요. pp.43-44
2. 그런데 난, 정말 무능력한 인간이 되는 게 싫다. 두렵다. 그리고 어디서나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경쟁이 버겁다. 기획 회의를 하던 중에 문득 이렇게 계속 나이를 먹고, 이런 회의와 경쟁을 계속 해나가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해도 고통받고 불행해도 고통받는 이상한 사람이니까, 끔찍하다가도 순간순간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며칠 전엔 뜨거운 물에 샤워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공허와 감사 사이를 오간다. 분노와 감사, 무리에 속하고 싶다는 욕구와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 받아들여야지, 받아들여야지. 공존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위안해야지. pp.62-63
3. 일상의 사이사이마다 지루, 무력감, 공허, 텅 빈 마음이 스친다. 선생님은 공허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했고, 이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감정을 구멍이라고 치자면, 예전에는 그 구멍을 모조리 채우고 싶었다. 나에게서든 타인에게서든.
이제는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 구태여 채우지 않아도 되고, 채워질 수도 없는,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이. 그래서 몸의 흉터를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pp.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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