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가리키며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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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김연수-소설/국내 2023. 11. 6. 10:41
1. 내가 쓰려고 하는 책은 인간의 권력의지와 인간의 이성은 결코 같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분열되어 있으며, 갖가지 가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훌륭하다는 이성 역시 한 개가 아니며 수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간의 퍼스낼러티라는 말 그대로 온갖 종류의 가면이 비치되어 있는 분장실일 뿐이에요. 이 사실을 인식하여야만이 가면을 직접적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권력의지라든가, 인간의 욕망을 삭제해 낼 도리가 없어요. 자신 역시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요. pp.29-30 2. 결국 나의 존재라는 것은 유동하는 것일 뿐이다. 어떠한 진실도 내 몸 안에서는 살고 있지 않다. 내 몸은 텅 빈 동굴일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