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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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인간> -정수윤 엮고 옮김-비소설/국내 2023. 11. 7. 11:14
1. 나는 내내 잊고 있던 언덕 위의 장미 주인을 다시금 떠올렸다. 장미꽃을 잘라, 봉오리 하나를 자르고 두 개를 잘라, 작은 이익과 작은 손실을 쌓고 쌓아 나의 새로운 일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p. 90(가타야마 히로코) 2.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고독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고독에 잠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지금 이 순간 생각한다. p.101(마사무네 하쿠초) 3. 너무 진지한 사람들은 진리 추구에 성급하다. 하지만 진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 이 소중한 ‘풍류’를 잊고 살기에 세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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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강경이, 박지홍 엮음-비소설/국내 2023. 11. 2. 10:48
1. 삶의 일부로 자리 잡는 불면증은 삼십대 후반에 나타난다. 소중한 일곱 시간 수면이 갑자기 둘로 쪼개진다. “첫 번째 달콤한 밤잠”(운이 좋다면)을 자고 난 뒤 두 번째 깊은 새벽잠에 들 때까지 음울한 공백이 갈수록 길어진다. 에 기록된 바로 그런 시간이다. “그의 진실함이 너의 방패가 될 것이니, 밤의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 한밤에 서성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리.” p.23(‘잠과 깸’, F.스콧 피츠제럴드) 2. 폐허와 참담함. 어쩌면 내가 될 수 있었던 것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러나 놓쳐버리고 낭비해버리고 다 써버리고 탕진하고 되찾을 수 없는 것들.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절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심했던 그 때 대담할 수 있었을 텐데. 경솔했던 그때 신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