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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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의 글쓰기> -오민석-비소설/국내 2023. 12. 8. 13:09
1. 개체로서의 한 생명이 사망할 때도 몸의 장기가 망가져 죽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분은 다 멀쩡한데 그중 단 하나의 장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몸의 다른 부분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전체’로서의 몸은 (바로 그 하나의 장기라는) ‘부분’ 때문에 종말의 운명을 맞이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분을 고립된 개체로 간주하는 생각이야말로 매우 안일하고도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부분의 위기는 전체의 위기이며, 전체의 위기는 부분의 위기이다. pp.30-31 2. 정치란 ‘합의’가 아니라 ‘불일치’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랑시에르의 지적은 옳다. 랑시에르에 의하면 정치란 불일치를 통하여 들리지 않던 것을 들리게 하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p.72 3. 에드워드 사이드는 《지식인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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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눈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정소담-비소설/국내 2023. 11. 21. 10:40
1. ‘눈치를 챈다’는 건 상대의 마음에 대해 그만큼 신경 쓴다는 의미, ‘눈치를 본다’는 건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는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p.6 2. 친절, 호의, 인내. 이런 것은 사회에서 뺨 맞고 돌아오면 같이 화내주고 울어주고 술 마셔주는 내 가족과 친구에게나 베풀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집 밖에 나가 친절, 호의, 인내 3종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지 않으면 내 주변에 더 많이 나눠줄 수 있으니 더욱 좋다. 나는 언젠가부턴가 ‘착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서는 ‘선한 얼굴로 사회 전반에 궁극의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p.81 3. 이런 얘길 하면 남자들이 털어놓는 단골 고충이 있다. “주말 어떻게 보냈냐”는 정도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