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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에서의 글쓰기> -오민석-
    비소설/국내 2023. 12. 8. 13:09

     

     

     

    1. 개체로서의 한 생명이 사망할 때도 몸의 장기가 망가져 죽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분은 다 멀쩡한데 그중 단 하나의 장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몸의 다른 부분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전체’로서의 몸은 (바로 그 하나의 장기라는) ‘부분’ 때문에 종말의 운명을 맞이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분을 고립된 개체로 간주하는 생각이야말로 매우 안일하고도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부분의 위기는 전체의 위기이며, 전체의 위기는 부분의 위기이다. pp.30-31

     

    2. 정치란 ‘합의’가 아니라 ‘불일치’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랑시에르의 지적은 옳다. 랑시에르에 의하면 정치란 불일치를 통하여 들리지 않던 것을 들리게 하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p.72

    3. 에드워드 사이드는 《지식인의 표상들》에서 지식인을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추방시키는 “국외자이자 주변인”으로 정의했다. 그 어떤 조직도 개인도 완벽할 수 없으므로, 지식인은 특정한 경계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그 모든 형태의 “애국적 민족주의, 집단적 사고, 계급, 인종 혹은 성적인 특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p.79

    4. 2007년 하버드 대학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하버드 ‘교양 교육'의 목표는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친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며, 겉으로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들의 아래와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드러내고, 젊은이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며, 스스로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버드 교양 교육의 목표는 놀랍게도 소크라테스의 죄목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p.115

     

    5. 사유화된 공간은 개성과 차이를 생산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편견과 무법과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리하여 사유화된 공간의 건강성은 공적인 담론의 세계와 그것이 얼마나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관계 지향적이고 타자 지향적인 개인들이 모여 이루는 가정이야말로 건강한 가정이다. 타자성이 희석되고 사유화만 깊어질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가장 무시당하며, 가장 큰 상처를, 가장 자주 받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집구석’이라고 호명하는 것이다. 가정이야말로 ‘내 멋대로’의 공간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 가정은 누구에게나 지상의 처음이며 또한 마지막인 처소이기 때문이다. pp.1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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