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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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 -황서미-비소설/국내 2023. 12. 27. 11:13
1. “엄마가 그렇게 급하게 굴 때면 기분이 좀 나빠.” 딸의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어려서 우리 엄마가 왜 그렇게 ‘빨리, 빨리’를 외치는지 영문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모가 되면, 그중 특히 ‘엄마’가 되면 한꺼번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얼굴에 뭣 좀 찍어 바르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어깨에 둘러메는 가방 말고도 꽉 찬 쓰레기봉투와 음식쓰레기 봉투는 기본이고, 나가면서 세탁소에 들러서 맡길 옷들과 택배 반품 상자까지 한가득 손에 쥐어야 한다. 팔다리 개수가 문어 정도는 되어야 여유가 있다. 두 손으로는 모자란다. 나의 조급함에 기분이 상한 딸을 보면서 잠시 망설였던 말을 넣어두었다. 나이가 들면서 할 말이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