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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 -황서미-
    비소설/국내 2023. 12. 27. 11:13

     

     

    1. “엄마가 그렇게 급하게 굴 때면 기분이 좀 나빠.”

     딸의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어려서 우리 엄마가 왜 그렇게 ‘빨리, 빨리’를 외치는지 영문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모가 되면, 그중 특히 ‘엄마’가 되면 한꺼번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얼굴에 뭣 좀 찍어 바르고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어깨에 둘러메는 가방 말고도 꽉 찬 쓰레기봉투와 음식쓰레기 봉투는 기본이고, 나가면서 세탁소에 들러서 맡길 옷들과 택배 반품 상자까지 한가득 손에 쥐어야 한다. 팔다리 개수가 문어 정도는 되어야 여유가 있다. 두 손으로는 모자란다. 나의 조급함에 기분이 상한 딸을 보면서 잠시 망설였던 말을 넣어두었다. 나이가 들면서 할 말이 있을 때 잠시라도 한 박자 멈춰 서는 게 꽤 괜찮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한 줄 적어보려고 한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달라서 그래.” p.14

    2. 이날은 너무 피곤한 날이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란 말이 딱 맞다. 그릇이 형편없으니 괜스레 있는 감정, 없는 감정 닥닥 긁어모아서 아이한테 쏟아내고 말았다. 아이가 쓰레기통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의 쓰레기를 비운 것만 같아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pp.96-97

     

    3. 내가 내 돈 들여서 다른 사람 편하게 해줬던 일, 돌이켜보면 정말 많았다. 그래 놓고 얼굴은 광대같이 웃고 있었다. 아니, 광대의 미소면 다행이다. 그건 그나마 ‘슬픈 미소’니까. 그런데 할 말 못하는 부류들은 슬픔마저도 얼굴에서 완벽하게 제거한다. 나의 불편한 마음을 상대가 알아차리는 것이 미안하고, 그 마음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말 슬픈 사람들이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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