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비소설/국내 2023. 12. 27. 11:15

     

     

    1. 난 고독과 싸운 적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 편하고 조용한 애하고 대체 왜 싸우지?

     그렇다고 내가 사회생활 파탄자인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협업도 잘하고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 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하지만 그런 순간 내 속을 들여다보자면 프로젝트 마감 두 시간 전만큼이나 정신이 없다. 빨리 혼자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꾹꾹 누르느라, 저 일말의 욕구가 입꼬리 끝에라도 묻어날까 숨기느라, 있는 사회성 없는 사회성 싹싹 끌어 모으느라 신경이 계속 돌아가고 에너지가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풀가동 중이다. 그런 시간을 겪고 나면 그 두 배의 시간만큼은 혼자 쉬어 줘야 한다. 원 소셜 타임당 투 혼자 타임! p.16

    2. 사실 나는 경조사에 단체로 돈을 걷는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의 같은 사건이 사람들에게 가닿을 때는 제각각 다른 모양의 그릇이 된다. 모양 따라 흘러 담기는 마음도 다르고 그걸 세상에 내미는 방식도 다르다. 아무것도 안 담겨서 내밀 게 없는 사람도 있다. 그걸 무시하고 몇 명이 주도해서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라고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일반화시켜 타인의 도덕관념을 자극하는 방식이 싫다. 도덕으로 색칠한 하나의 그릇을 들이밀여 다른 그릇을 내미는 사람에게 윤리적 심판을 하려 들거나 윤리적 가책을 짐 지우려는 거, 질색이다. 그냥 각자의 마음, 각자의 방식, 각자의 상황에 맡기면 안 되나. 현재 진행형이 경조사에 일괄적인 규칙을 만드는 것에도 규칙 바깥에 있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아직 벌어지지 않아 어떤 형태일지 모르는 미래의 경조사에 규칙이나 관례를 만들어 놓는 건 더 불합리하다. p.19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