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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이동진-
    비소설/국내 2023. 11. 6. 11:00

     

     

    1. ‘희망을 버리고 힘을 내라’는 이 영화의 키워드 같은 문장이죠. 사실 희망이란 말은 사랑이란 말만큼이나 남용되고 때가 타서 거의 무의미해진 말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이란 말을 하면 오히려 쑥스러워지고, 배운 사람 입에서 나와선 안 되는 단어처럼 느껴지게 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FM 라디오를 듣다보면 희망을 예찬하는 말을 DJ들이 참 자주 반복하는데, 무척 듣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희망을 갖는다고 되긴 뭐가 되겠습니까. 희망을 가지면 뭐든 다 이루어질 것처럼 말하지만, 제가 겪어본 바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거짓말을 집어치우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영화에서 희망을 버리라는 대사를 넣고, 사랑 영화를 연출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말을 안 쓴 채 만들고 싶었어요.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세상에서 희망이 지고지선이라면서 뻔한 말을 반복하고 싶진 않아요. 희망 없이도 살 수 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이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걸 바라지 않고도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p.116
     
    2. 오대수가 싸우면서 느끼는 절망적 피로감이라는 것은 그렇게 길게 찍을 때 훨씬 더 잘 살아나죠. 롱테이크의 미학을 논할 것도 없이, 이건 정말 미학 이전에 육체적인 탈진과 피로 같은 것들을 직접 관객에게 전달하는 가장 단순하고 무식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p.181
     
    3. 동정심이 칠거지악 중 으뜸이란 사실은 알고 있겠죠? 참고로 나머지 여섯 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슬픔에 잠기는 것, 설렘, 망설임, 쓸데없는 공상, 죄책감, 감사하는 마음. p.235
     
    4. 제가 제일 재미있어 했던 경우는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니까 “인연은 고통이야. 불교에서 그렇게 말한다니까”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어요.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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