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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댄스댄스 1>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국외 2023. 11. 23. 11:32
1. 그녀는 비처럼 어디선가 와서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다만 기억만을 남겨 놓고. p.29
2. 눈을 치우는 작업이나 다름없었다.
눈이 내리면 나는 그것을 효율성 있게 길옆으로 치웠다.
한 조각의 야심도 없었고, 한 조각의 희망도 없었다. 오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거침 없이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갈 따름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이건 인생의 낭비가 아니냐고 생각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종이와 잉크가 이만큼 낭비되고 있으니, 내 인생이 낭비되었다고 해도 군소리를 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내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p.50
3. 그래서 나는 낭비라는 건,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최대 미덕인 것이라고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팬텀 제트를 사들여, 스크램블을 해서 쓸데 없이 연료를 소비함으로써, 세계의 경제가 그 몫만큼 더 회전하고, 그 회전에 의해 자본주의는 보다 고도의 것이 되어가는 것이다. 만일 모두가 낭비인 것을 일체 생산하지 않게 된다면, 대공황이 일어나서 세계의 경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낭비라는 것은 모순을 일으키게 하는 연료이며, 모순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활성화가 다시 낭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고. p.61
4. “선생님 탓은 아니에요. 그리고 아무튼 이야기하게 돼서 좋았어요. 이야길 하고나니 얼마만큼 기분 전환이 됐거든요. 이런 건 가만히 혼자서 안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요.”
“그렇겠군”하고 나는 말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품고 있으면 머리 속에서 그것이 자꾸자꾸 부풀어오르지.” p.98
5. “유키가 말하려는 걸 알 듯하다구. 내가 그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야.”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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