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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김겨울 외 11명-비소설/국내 2023. 12. 26. 14:54
1.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그의 눈빛이었다. 그는 늘 나를 세상 쓸모없고 성가신 사람 보듯 바라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눈빛들은 차곡차곡 내 눈 안으로도 들어와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 매일매일 규정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라는 글자는 슬며시 사라지고 그저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서의 나만 남는다는 것을. 나에게조차 나는 성가시고 하찮았다. 그렇게 하찮을 수가 없었다.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김혼비, p.65)
2. 의외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를테면 작업실에 원두가 다 떨어졌을 때 서랍에서 찾은 드립백 커피 한 봉지. 친구에게서 받았던 작은 운, 무척 다정한 복. 운은 좋다기보다 기쁨을 발견하려고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웬만해선 먼저 노크를 하지 않는다. 내 손으로 문을 열고 나서야 겨우 만나지는게 바로 행복이다. 말 그대로 다행스러운 복. 별거 아닐지라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을 슬며시 감고 안도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창으로 배달되는 달큰한 냄새」, 임진아,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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