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소설/국내 2023. 11. 15. 10:18
1. 둘이 붙잡고 후회하며 울었지만, 그 순간뿐이었죠. 영화의 속편 같은 거더군요.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는 건. 본편이 아무리 훌륭하고, 그래서 아쉬워도 소용없는 일이잖아요. 결국 모든 게 점점 더 후져지는 거지. 그 속에 있는 나 자신도 너무 초라해 보이고. p.29
2. 그 관대함은 더 가진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비싼 자동차나 좋은 집보다도 더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p.118
3.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p.121
4. "사람은 변할 수 있어. 그걸 믿지 못했다면 심리학을 공부할 생각은 못했을 거야.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은 변할 수 있어. 남을 변하게 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기 자신은." p.136
5. 그날 밤, 나는 내가 평생을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책망하며 살았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리고 그 책망의 무게만큼 그 사람들에게 의존했다는 것도. p.178
6. 셋이라는 숫자 안에서 모두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가볍게 느껴져서였다. p.193
7. 나는 눈을 감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그녀의 곁에 같이 서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하민, 하민, 하고 그녀의 이름을 몇 번 부르다 침묵이 내게는, 그녀의 고통과 무관한 내게는 더 합당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어서.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p.274'소설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0) 2023.11.20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1) 2023.11.17 <서른의 반격> -손원평- (1) 2023.11.15 <욕조가 놓인 방> -이승우- (0) 2023.11.14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이승우- (0) 202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