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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소설/국내 2023. 11. 17. 13:38
1.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창조될 생명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완벽한 가축이 되어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축들을 합쳐도 이보다 더 쓸모 있어 보이진 않았다. TV로 지켜보던 사람들도 감탄하며, 새롭게 창조될 인류의 가축을 기대했다.
해가 뜨기 전, 인류의 대표가 정리된 서류를 가지고 알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는 자가 번식이 가능한 자웅동체이며, 매일매일 알을 낳아 번식한다. 네가 성체가 되어 자라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일주일이며, 성체의 크기는 돼지와 소의 중간 정도이다. 너는 모든 질병에 면역이 되어 있으며, 뭐든지 잘 먹는 잡식성이고, 몸에선 양처럼 고운 털이 나며, 그 가죽은...”
(...)
알에 금이 가며 껍데기가 산산이 깨어져 나갔다.
“오오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생명체는 인류의 예상보다 더 귀여웠다. 아기 돼지 같으면서 송아지 같기도 하고, 아기 양이나 망아지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얼른 준비한 사료를 들고, 인류가 창조한 생명체인 완벽한 생명체인 완벽한 가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생명체는, 다가오는 인간들을 향해 첫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
인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가축의 조건을 깜박해버렸던 것이다. 이제 인류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주아주 큰 고민에 빠지게 되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말하는 가축을 어떻게 대해야만 할까. pp.280-282
2. “인간들은 말이란 게 영원히 있을 줄 알고 쉽게들 내뱉는단 말이야? 말이 소모품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지. 유언은 말이야, 네가 가지고 태어난 총의 마지막 총일이야.”
(...)
“마지막 총알은 남들한테 쏘는 게 아니야.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확인하는 용도로 자신한테 쏘는 거야. 김남우, 너는 어떻게 할래?” p.329'소설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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