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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소설/국내 2023. 11. 20. 12:47

     

     

     

    1. “남편과 나는 같은 시험에 붙었잖아. 그런데 가족들이 내게만 ”살살 다닐 직장을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왜 나는 살살 살아야 하지? 왜 그게 당연하지?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p.19
     
    2. 남자친구의 이름엔 버드나무가 있어. 버드나무는 한국어로도 일본어로도 중국어로도 발음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그 발음이 좋아서, 남자친구의 약간 길고 흰 얼굴이 좋아서, 안경이 잘 어울려서, 자다가 작은 지진이 있을 때면 명치 부분을 단단하게 안고 눌러줘서, 우울해할 때면 판다 동영상을 보여줘서. 대충 그런 이유로 좋아해. 중국인들은 어쩐지 판단에 대해서 쿨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만 빛내며 판다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면 가끔 짠해. 그런 날은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거든. 너도 힘들구나, 그게 우리 관계의 바탕인 거 같다. p.47
     
    3. “(...)인간의 뇌는 스물다섯에서 서른 무렵에 완성된대. 그러니까 애들 성격은 계속 변할 거야. 이대로 고정되지 않을 거야. 너는 보기 드물게 일관적인 양육자니까.”
     들을 때는 별 도움 안되는 소리를 한다 싶었지만, 그 후 지원은 이상하게 이재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고정되지 않았어, 하고 주문처럼 되풀이했던 것이다. ‘보기 드물게 일관적인 양육자’라는 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에는 ‘보기 드물게’ 쪽에 방점을 두어 스스로를 칭찬하고, 어떤 날에는 ‘일관적인 양육자’ 쪽에 방점을 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p.215-216
     
    4. "그냥, 결혼이 부동산으로 유지되는 거란 생각을 했어.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의 집을 사고, 같이 갚으면서 유지되었을 뿐인 게 아닐까. 그래서 한동안 동산만 가지고 살아보고 싶어서.“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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