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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이승우-
    소설/국내 2023. 11. 10. 13:11

     

     

     

    1. 시간은 있던 것을 없게 한다. 무화(無花)에의 권능.
     
    2. 나무를 깎을 때는 나무를 깎는 일만 중요했고 구멍을 뚫을 때는 구멍을 뚫는 일만 중요했다. 몰입하는 자의 세계에서는 부분이 전부였다. p.36
     
    3. 그들은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생활의 궁핍과 욕망의 억제를 견딜 수 있었다. 아버지는 꿈의 자본이고 욕망의 설계도였다. 아버지 안에 그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들 앞에 나타나기 전에 아버지는 위대했다.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위대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들 앞에 나타났고, 그들 앞에 나타난 아버지는 초라했고 볼품없었고, 부상을 입은 패잔병 같았고, 조금도 위대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그들은 말을 잃어버렸다. p.74
     
    4. 각설하고, 상상 속에서, 꿈속에서, 소설 속에서 말고, 사람을 실제로 죽이는 거, 처음이다, 그 말입니다. 그런 일을 꿈속에서, 상상 속에서, 소설 속에서 좀 해봤다고 잘할 수 있는 거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되풀이해서 꾸어진 꿈이 현실에서의 실행 의지를 앗아가 버리는 쪽으로 역할을 하지 않겠어요? 가상으로나마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현실에서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란 말입니다. pp. 127-128
     
    5. 헤어지는 연인들의 사연이 대체로 그러하듯 우리들도 사랑이 모자랐다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아주 다른 문제다. p.202
     
    6. 한 번 짹짹 하고 우는 새는 열 번 백 번을 울어도 짹짹거린다. 천 번쯤 운다고 컹컹거리겠는가? p.210
     
    7. 내가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면 타인들이 증명하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를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나를 빼놓고 구성된,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확실하고 완벽한 부재 증명을 통해서만 겨우 성공할 수 있는 나의 불안정한 존재 증명.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인지. 나는 당신들의 부재 증명을 통해서만 가까스로 존재하게 된다. pp.2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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