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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부터 휴가> -배현선
    비소설/국내 2023. 11. 20. 15:25

     

     

    1. 중앙에 달린 금속 손잡이를 잡고 어깨로 밀어내듯 문을 열면, 그 무게가 온몸에 와닿았다. 다소 여닫기에 힘이 드는, 불편한 방식의 대문이었다. 그럼에도 투박하고 육중한 그 대문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서면, 미묘하게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고요함이 찾아온다. 그야말로 또다른 장소로 온 것만 같다.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또 이어주기도 하는 ‘문’이라는 역할에 아주 충실한 ‘문다운 문’이었다. p.61

    2. 진정한 쉼이란 무엇일까. 단지 몸이 편안한 상태만을 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때로 몸은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이 너무 많은 내가 꼭 그렇다. 특히 걱정과 불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퍼져 내 머리가 점점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터지는 것은 아닌지(물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괴로워한 적도 있었다. 생각을 많이 하고, 신중한 것도 좋지만 때로는 넘치지 않게 덜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아무래도 좋지 않다. 삶에는 균형이 필요한 법이다.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 p.197

     

    3. 나는 가야만 했다, 그곳을 향해. 아마 두려움과 마주할 것이고, 때때로 서투른 노질로 스스로를 탓하고 원망할지도 모른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앞을 향해 노를 저어보리라 다짐한다. 용기를 내어본다. 가끔은 노를 잠시 곁에 놓아둔 채 물살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기도 하며, 느리더라도 내 속도대로 유연하게 배를 몰아갈 것이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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