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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비소설/국내 2023. 11. 28. 11:37

     

     

    1. 모지스 할머니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아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고 세련된 기교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림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과 소박함을 화폭에 가득 담는다. 이런 회화를 미술사에서는 나이브 아트혹은 원시 미술이라고 하며, 아웃사이더 아트라고도 한다. p.17

    2. 벨라스케스의 초기 작품들에서는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 기법(강렬한 명암 대조법)이 활용되어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통한 사실적 묘사가 도드라진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강렬한 명암 대비를 통해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했던 반면, 벨라스케스는 빛이 어둠을 감싸는 부드러운 대비를 통해 대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는 대상을 과장하지 않고 관념적 도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감각세계를 그리는 일에 충실했다. p.77

    3. 그림의 완성에 관한 피카소의 그림이 벽에 걸리는 순간 죽음을 맞는다.’라는 말이 루시안 프로이트의 말에 대한 동의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의 완성을 결정짓는 것은 작가의 결단이며, 작가가 끝내기 전에는 그림은 계속해서 완성을 향해 진행 중이다. p.123

    4. 본질과 비본질의 변별이 예술의 정수와 삶의 명료함을 가져온다는 인식은 피카소의 회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나 인간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 역시 그것을 에워싼 비본질적인 요소들을 걷어내고 핵심과 본질만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간단명료해진다.

     게슈탈트 이론은 전경과 배경이라는 단어로 본질과 비본질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독일어인 게슈탈트란 전체혹은 형태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또한 우리가 현상이나 대상을 부분적 요소들의 집합체로서 지각하기보다 하나의 통합적인 의미를 가진 전체로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대상이나 현상을 인식할 때 관심 있는 부분은 전경(핵심∙본질)으로 떠올려지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배경(비본질적 요소)이 된다. 전격으로 부각되었던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전경은 배경(비본질)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조건에서는 또 다른 게슈탈트가 형성되어 전경(본질적인 문제)으로 떠오른다.

     건강한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본질과 비본질, 다시 말하면 전경과 배경이 되는 게슈탈트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진정한 욕구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할 때는 본질과 비본질이 혼동되고 전경과 배경이 혼동된 상태로 남는다. 이것은 미해결 과제로 남겨지고 해결해야 할 심리적 과제가 된다. 우리 삶의 문제를 게슈탈트적 방식으로 접근할 때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내적 갈등을 충분히 경험하며, 지금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초점을 맞추는 훈련이 미해결된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pp.153-154

    5. 칸딘스키는 사람들이 상징과 기호, 색상만으로 구성된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볼 때 기억 속에 저장된 이미지나 생각, 사건과 감정을 적극적으로 그림과 연관시켜 의미 있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한 자극에 대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대입함으로써 불충분한 자극을 충분한 것으로, 미완성을 완성된 것으로 만들려는 내재적인 경향이 있다. 이는 시지각에 있어서의 게슈탈트 원리로 설명된다. 그러므로 불충분한 정보를 대하거나 추상적인 그림을 볼 때, 우리는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 취향과 지식 등의 정보를 적극 대입함으로써 주관적인 추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정보의 하향처리가 일어날 때 개인은 추상적인 회화를 더욱 주관적인 체험에 따라 느끼게 되는 것이다. p.165

     

    6.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었다. 심리학자 켄릭이 제시한 결혼과 자녀 돌봄을 최상의 가치로 둔 욕구 위계에 공감했기 때문이든, 내 캐리어라는 선택에 앞선 엄마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에 굴복했기 때문이든 간에 어쨌건 양초를 양쪽 끝에서 태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p.301

     

    7. 여성의 머리가 집으로 구성된 <-여인 시리즈>(루이스 부르주아)는 가정의 울타리 속에 갇힌 여성의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기혼 여성으로서 가정에 대해 느끼는 양가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가정은 보호와 동시에 억압을 의미한다는 그녀의 정의는 대부분의 기혼 여성, 특히 결혼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한국 여성들이라면 특히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하다.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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