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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두기의 기술> -명대성-비소설/국내 2023. 11. 29. 09:48
1. 나를 위해 필요한 거리가 있고, 타인을 위해 필요한 거리가 있다. 사람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 우리는 종종 이 거리를 무시하게 된다. 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과 상대에게 있어 내가 갖는 존재감을 높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
사람에게 느끼는 실망이나 상처는 결국 관계의 산화물이다. 내 욕심과 타인의 욕심이 충돌해서 생기는 것들이다. 얼핏 생각하면 사람들이 내 주위를 공전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모두 스스로 중심이 되는 개별적인 존재들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관계는 상대에게 불편함을 준다. 관계의 미덕인 친절과 배려, 양보조차 일방적이 되면 상대를 부담스럽게 할 뿐이지 않은가. 상대에게 필요한 거리를 존중하지 않고, 내 욕심으로 그 거리를 좁히고 채우려 하면 상대는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 받는 순간은 관심과 애정이 커질 때부터 시작된다. p.9
2. 사랑이 싹틀 때는 상대의 과묵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혹은 거침없는 표현력에 감탄하며 눈을 반짝인다. 그러나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상대의 과묵함 때문에 힘들고, 지나친 표현에 상처를 받는다. 나와 다름이 매력을 주는 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지나면 다름이 틀림으로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느끼기 시작할 때, 우리는 흔히 ‘사람이 변했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니다. 내가 상대를 보는 시간이 변했을 뿐이다. p.10
3. "자기 주장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아나? (...) 일단은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게 중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열 가지 중 덜 중요한 것 여덟 가지를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답답하고, 입이 근질근질하고, 미칠 것 같아도 참아야 한다네. 그러곤 진짜 중요한 것 한 두 가지를 밀어붙여야 해. 사람은 늘 옳은 판단을 할 수가 없어. 설득력은 그때 필요한 거야.“ p.26
4. 30대, 40대에 접어들면 지켜야 하는 관계와 멈춰야 하는 관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을 축내는 관계는 사람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래가지도 않는다. 그들을 놓지 못하면 유지해야 하는 다른 관계들까지 망치게 된다. 관계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것이 효율적으로 관계의 노화 현상을 늦추는 길이다. pp.42-43
5. 일상처럼 한결같이 베푸는 작은 호의는 실로 소중하지만, 그것을 당연한 듯 느끼게 되면 주는 사람으로서도 받는 사람으로서도 아까운 일이다. 상대가 느끼지 못한다면 멈추거나 방법을 바꿔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가랑비처럼 베푸는 호의는 금세 말라 버릴 수 있다. 이럴 땐 차라리, 한 번을 주더라도 화끈하게 주는 것이 상대에게 각인된다. p.63
6.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를 잘 활용하는 사람만 있지.” p.76
7.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화가 좀 누그러지면 사과하자’는 생각은 엄청난 오산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흥분은 가라앉을지 모르나 사과의 전달 효과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p.101
8.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는 “다 당신을 위해서야”, “내 말투가 원래 그래”, “좋은 마음이니까 당신이 이해해”라는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 표현에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p.134
9. "악에 항의하지 않는 사람은 악에 협조하는 것이다“ (마틴 루서 킹)
10. “누구는 ~ 안 해 봤나?”도 왜곡된 역지사지의 대표적인 예다. 자기가 해 봤으니 더 잘 이해하지는 못할망정 너도 고생해 봐라는 식의 표현은 전형적인 꼰대의 언어이기도 하다. p.173
11. 인생 선배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에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가 맞춰가며 살아야 해”라는 통찰이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는 것은 상대를 내게 맞추려는 이기심의 발로다. 한편 나로선 감당 안 될 ‘틀린’ 사람을 고치려 하는 것은 오만이다.
그래야 할 때 관계를 놓아 주는 일은 실패나 포기가 아니다. (...) 나를 위한 거리와 상대를 위한 거리가 잘 조회되는 나만의 관계 집합을 지키고 스스로 편안할 수 있는 삶이 가장 현명한 더불어 살기의 실천이 아닐까.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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