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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아워 1> -이국종-
    비소설/국내 2023. 11. 29. 09:52

     

     

     

    1. 김훈 선생은 자신의 책을 두고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내면서 이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하여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세우지 않고,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 없이 돌파하는 그 사내의 슬픔과 고난 속에서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를 나는 바랐다라고 했다. p.11

    2. 그의 목숨을 붙들고 있는 인공호흡기와 인공신장기를 보며, 그것들이 요구하는 을 생각했다. 이것들은 선진국에서만 생산되는 몹시 비싼첨단 의료기기이고, 제대로 국산화조차 되지 못해 일분일초마다 돈을 먹는 기계였다. 그러나 이것들이 없으면 환자는 수술을 받아도 살지 못한다. 환자에게 정확한 용량을 투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맥주사 펌프도 사정은 같았다. 눈앞의 남자나 내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했고, 가난한데도 가장 비싼 외제 장비를 동원한 첨단 치료가 필요했다. 가난한 그들이 치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하면, 그것은 가난한 내 부서로 적자가 되어떨어져 내려왔다.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상황에서 결국 녹아나는 것은 이 일을 하는 나와, 그런 나에게 이런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환자이다. 나는 남자에게 떨어질 치료 비용과 내가 받을 삭감 통지서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p.67

    3. “아무리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필요성을 알린다고 해도 국가 정책이 움직일 수 있는 파이는 정해져 있어요. 그게 현실이고 사실이죠. 민주 국가에서 정책을 집행할 때 다양한 안건이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요. 시급했던 정책들이 미뤄지다 폐기되기도 하고, 대규모 국책사업이 예산 낭비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옳은 방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른걸요.” p.151

    4. “밥 벌어먹고 살게 되었으면 돈 욕심은 더 내지마라.”

     어머니는 의사가 된 내게 자주 말씀하셨다. 밥이라고 해서 다 같은 밥은 아닐 것이므로, 어리석은 나는 밥을 벌어먹고 사는 것과 욕심내어 더 벌어먹으려는 것의 경계를 알기 어려웠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얼마만큼이면 충분합니까?”

     “시장기를 스스로 없앨 정도면 된다.”

     어머니의 답은 어머니처럼 곧았다. 살아오면서 나는 있어야 할 것 이상을 바라지 않았고, 분수에 넘치는 끼니를 원한 적이 없다. 빈그릇에 채워지는 것을 채워지는 대로 먹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밥을 벌어먹는 것만으로도 허덕였다. 어쩌면 나의 허기는 밥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어서 아무리 끼니를 채워도 가시지 않는지도 몰랐다. pp.42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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