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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이만, 다자이 오사무였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소설/국외 2023. 11. 29. 10:31

     

     

    1. 풀이 무성하고 널따란 폐원(弊園)을 바라보며 나는 별채의 한 방에 앉아 웃음을 완전히 잃었다. 나는 다시 죽을 생각이었다. 아니꼽다면 아니꼽게 보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건방졌던 것이다. 나는 역시 인생을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드라마를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하지만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2막은 누구도 모른다. p.105

    2. 세상에 헛똑똑이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그들은 10년 전에 외운 정의를 그대로 암기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현실을 자신이 외우고 있는 그 한 가지 정의 속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 p.110

    3. 다시 말해서, 모르는 것이다. 이웃사람들의 고통의 성질, 정도를,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프랙티컬한 괴로움, 단지,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괴로움,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한 고통이어서, 나의 10개의 고통 따위, 단번에 날아가 버릴 정도로, 처참한 아비지옥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 비해서는, 잘도 자살도 하지 않고, 발광도 하지 않고, 정당을 논하고, 절망하지 않고, 굴하지 않고 생활을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괴롭지 않은 것 아닐까? 완전히 에고이스트가 되어, 게다가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확신하여,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한 적이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편하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은, 모두 그런 것이고, 또한 그것으로 만점인 것 아닐까, 모르겠다, ......밤에는 깊이 잠들고, 아침에는 상쾌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어떤 꿈을 꾸고 있는걸까, 길을 걸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 설마, 그것만도 아니겠지, 인간은, 밥을 먹기 위해서 살아 있는 것이나, 라는 설은 들은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돈을 위해서 살아 있다, 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니, 그것도 모르겠다,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는, 더욱 알 수가 없어져, 저 혼자만 전혀 다른 것 같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뿐입니다. 저는 이웃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얘기해야 좋은 건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그러면서도, 인간을, 아무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이 익삭이라는 한 가닥 끈으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끊임없이 웃음을 지으면서도, 내심으로는 필사의,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한 위기일발의, 진땀을 흘리며 하는 서비스였습니다. pp.162-164

    4.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그런데도 신기하게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고, 서로가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참으로 선명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의 생활에 충만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저는,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는, 그렇게 특별한 흥미도 없습니다. 저는, 수신(修身) 교과서적인 정의네 뭐네 하는 도덕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제게는, 서로를 속이고 있으면서,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살아갈 자신을 가지고 있는 그런 인간이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간은, 끝내 저에게 그 묘체(妙諦)를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알았다면, 저는, 인간을 이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또한, 필사의 서비스 따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인간의 생활과 대립하게 되어, 밤이면 밤마다 지옥과도 같은 이 정도의 괴로움을 맛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p.173

    5. 신에게 묻는다. 신뢰는 죄인가?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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