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유>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소설/국외 2023. 11. 29. 10:39
1. 할머니의 눈은 흐려져 있었다. 할머니의 일부는 안도했다. 할머니는 항상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할머니에게서 그런 노력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머니의 일부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근원으로 돌아간 것인지도, 아니면 하다못해, 할머니가 그리도 지독한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물질계를 떠나 멀리 간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할머니는 뒤에 남은 부분이었다. 그 부분은 어차피 그 모든 신비를 간직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자기가 그 신비를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병은 할머니를 민들레의 솜털 머리처럼 흩트렸다. 씨 몇 개가 붙은 잘린 꼭지, 로버트는 자기도 결국 그렇게 될까 생각했었다. pp.84-85
2. 할머니가 말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은 계곡 한쪽에 계속 쌓여 갔지만 아무런 형태를 갖추지 못했고, 이쪽으로 넘어오지도 못했다. 할머니는 끊임없는 압박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집에 들여보내 달라고 문을 긁어 대는 강아지처럼 할머니의 안구 뒤를 긁어 대는 무엇과 같았다. 그것은 꽉 찼지만, 눈물과 한숨과 고르지 않은 몸짓을 통해서만 빠져나올 수 있는 무엇이었다. p.107
3. “그 여자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망상적 박애주의자인데, 자기 자식들이 거실 한쪽 끝의 벽난로에 처박히거나 말거나 아프리카의 고아들에 대해 분개하는 편지를 쓰지.” p.113
4. 어떤 때는 자신을 잘 타일러야 했다. 그러나 부모가 되었다고 자신이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허사였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이고 보니 자신의 어린 시절에 더 가까워질 뿐이었다. 페트릭은 멋진 요트의 갑판 아래 작고 더러운, 두려워하고 원하고, 두려워하고 원하는, 이행정기관 엔진이 있을 뿐임을 알고 출항을 무서워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p.121
5. 위험에 매력을 느끼고 소유권을 주장하고 의례적으로 반박하고 뭐든지 혼자 하려는 욕구는 모두 ‘너’에서 ‘나’로 전환되는 폭발적 과정과 관련 있는 현상이었다. 자신을 부모의 눈으로 보다가 자신의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p.221
6. ‘어린이들은 실제로 성장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목적은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목적은 노는 것이고, 삶을 즐기는 것이고, 어린 아이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과정의 결과만 바라보면 인생의 목적은 죽음이다.’ p.229
7. “질투가 아니라 분노야. 분노는 보다 근본적이지. 상실은 먼저 분노를 생산해. 소유욕은 그다음이고.” p.340
'소설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1) 2023.11.30 <숨> -테드 창- (0) 2023.11.30 <그럼 이만, 다자이 오사무였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0) 2023.11.29 <열쇠> -다니자키 준이치로- (0) 2023.11.28 <회색 노트> -로제 마르탱 뒤 가르- (0)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