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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비소설/국내 2023. 12. 1. 14:19
1.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 (H.G.웰스) 이다. 가정이야말로 장에 나간 엄마를 걱정하며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가 있는 곳이고, 해진 신발을 신고 가족을 위해 온갖 험함 길을 마다않는 아버지가 사는 곳이다. 가난한 부모는 마음대로 늙지도 못한다. 또다시 헌신을 신고 먼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늙지도 못하며 악착같이 지키려 한 것이 바로, 가정이다.
해가 지면, 세상살이에 시달린 모든 이는 절인 배춧잎처럼 녹초가 되어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위로받고 잠이 든다. 실증적 연구 결과를 동원할 필요도 없이, 가정 내 폭력은,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를 파괴하고, 가족 구성원들을 더 이상 의지할 곳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몬다는 점만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p.27
2. 나의 존재는 타자에 의해서만 증명된다. 타자는 나를 설명함으로써 내 존재를 입증한다. 나 역시 나와 관계있는 타자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주석이다. 많은 이에게 언급되고 설명되는 이는 운 좋은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누구에 의해서도 거론되지 않는 사람들,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설명은 줄어든다. p.105
3. 배가 침몰하는 데 왼쪽 구멍, 오른쪽 구멍을 가리지 않듯 위아래 균열도 의미 없다. p.233
4. 과연 무엇이 바르고 곧은 것인가?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선한 본성’이라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주는 것’이라 했고,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 했고, 존 스튜어트 밀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칸트는 ‘도덕적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했고, 존 롤스는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주되, 사회적·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있을 때는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주는 것’이라 했고, 마이클 샌델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고, 로널드 드워킨은 ‘모든 사람이 잘 살 수living well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p.243
5. 세월이 흘러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할아버지는 좋은 판사였어요?’라고 묻는다면, 선배 법관께서 인용하셨듯 나 역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대사 한 구절로 답할 수밖에 없다.
“아니, 나는 좋은 판사가 아니었어. 하지만 정말 훌륭한 판사들과 함께 일했지.”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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