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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정의> -김영란-비소설/국내 2023. 12. 4. 11:18
1. 어떤 것을 ‘결여한 것’ ‘덜 중요한 것’ ‘열등한 것’으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이원론은 계층화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은 원칙적으로 기존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원론에 토대를 둔 계층화를 긍정하는 한 법질서도 이원론에 의한 계층화 질서를 지키려는 이념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원론을 통한 계층화가 법 체계에 반영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가? 마사 누스바움은 낙인을 찍는 등 수치심을 주는 처벌을 형벌체계에 도입할 수 있는지를 논하면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문제인 것은 ‘사회 구성원을 서열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부족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며, 보다 힘이 약한 일부 집단과 비교하면서 자신들을 ‘정상인’으로 정의한다.” “수치심은 정상에서 벗어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 또는 이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을 대상화함으로써 지배적인 집단은 자신들을 정의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정상인’들에게 자신이 지닌 나약함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른바 희생양이 될 수 있고, 공동체에서 배척당할 수 있는 것이다.” 누스바움은 이런 관점에서 “수치심 처벌이 진보적인 개혁 효과를 보기보다는 사회적 동질성과 통제를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수치심을 주는 처벌을 내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자유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게 된다고 한다. pp.20-21
2.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정치에서의 민주주의만 중요하게 논의되어왔을 뿐 정치적 영역 자체를 형성하는 집단, 조직의 민주주의 도달 정도에 대해서는 외면해왔던 탓은 아닌가. 아니라면 정치에서 정당에 거는 기대가 약해서인가. 또는 어차피 정당만으로는 민주화 이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인가. p.76
3. 법의 제도적 기능은 “각자의 행위가 상식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으로서의 역할인데, 효용성이 기준이 된다면 결국 힘의 원칙만이 가치를 가질 것이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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