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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사전> -전해자-
    비소설/국내 2023. 12. 5. 11:04

     

     

    1. ‘그렇다고 치자’. 너그러운 양보인 줄 알았는데, 너그럽기는커녕! 양보는 더더욱 아니었어. 그저 아니꼬운 생색일 뿐,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도 없고 상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이 내뱉은 말이다. p.55

    2. '나 같으면‘. 대개는 요청하지도 않은 조언질을 시작하겠다는 신호탄. p.74

    3. '난 상관없어‘. 까탈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갈등이 싫어서, 결과에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습관처럼 쓰는 말. p.80

    4.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건강하다. 그러나 상식이 강요되는 대화는 위험하다. p.166

    5. 영어 ‘effortful'을 사전에서 찾아본다. ‘애쓰는’, ‘노력이 필요한’ 뒤에 적혀 있는 건 ‘억지로 꾸민’, ‘부자연스러운’, ‘의도적인’. 이럴 땐 사전이 철학책 같다. p.189

    6. "네 말은 참 어렵다‘라는 나의 이 말은 그러니까 네 말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의 완곡한 표현이다.

     “그건 어려워” 얼핏 객관적 판단처럼 들리는 그 말 역시 마찬가지. 끝까지 해볼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 않겠어”, “안 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어렵다’ 혹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

     포기는 내가 하지만 그 원인과 책임은 내게 있지 않다는 걸 좀 알아달라는 바람이거나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p.191

    7. ‘어쨌든’.

     A: 나 이혼했어.

     B: 야, 어쨌든 넌 결혼이라도 해봤으니 이혼도 하는 거지. 난 이 나이 되도록 한 번도...

     위로랍시고 한 말이었겠지. 그러나 상대에게도 과연 위로가 되었을까? 상대가 고통받는 상황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어버리는 ‘되돌리기’ 키 같은 말. p.193

    8. '어쩌다‘.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네. 마치 자기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 거기서 자기가 책임질 일은 하나도 없다는 듯. p.194

    9. '어쩔 수 없이‘에 중독되는 것은 탁월한(?) 위장 효과와 면피효과 때문이다. 내가 선택했지만, 나의 욕망도, 나의 선택도 아니라고 말해주니까. 그러니 그 책임을 내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속삭인다. 뭐랄까 나 아닌 상황 탓 상대 탓으로 돌리는 ’책임의 아웃소싱?‘

     책임을 자주 아웃소싱하다 보면 효과의 유무는 둘째 치고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무력감.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나의 삶이라니! ‘어쩔 수 없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니야!” p.197

    10. “여자치곤 상당히 힘이 세군요.” 원더우먼이 트레버 대위를 처음 만나서, 대위의 목숨을 구해주고 들은 말이다. 원더우먼이 대답한다. “아뇨, 그냥 힘이 센 거예요.”

     그러자 대위는 ‘모욕할 뜻은 없었다’고 사과한다. 원더우먼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고 모욕이 아닌 건 아니죠.” p.249

    11. ‘필요 없어’. 도와줄 순 있어도 도움받을 수는 없다는 도덕적 결벽증이 불러오는 정서적 고립감.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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