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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 이름은> E-Book -조남주-
    소설/국내 2023. 10. 24. 10:46

     

    1. 엄마는 늘 저주처럼 말하지,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나는 나 같은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 같은 딸로 키워진 거야. 엄마에 의해서.
     
    2. “고생 많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그냥... 그냥, 너 그러다 후회할까봐 그래.”
    창 너머로 내가 커피를 마시고 베이글을 먹었던 커피전문점이 보였다.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랑 싸우고 울고 원망하고 토라지고 화해도 해봤으니까. 그 순하던 엄마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바닥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다 봤으니까. 피를 닦고 토한 것들을 닦고 똥오줌도 닦아봤으니까.
    “엄마는 유난히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시한부 소녀가 아니야. 이건 드라마가 아니야, 오빠.”
     
    3. 지혜도 선생님께 지목이 되었는데 회사에 다녀서 못 한다고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결국 마음 약한 엄마들이 자원해 겨우 인원을 채웠다. 선생님은 연신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지혜는 왜 선생님과 엄마들이 서로 미안하고 힘들어야 할까 답답했다.
     
    4. 회사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어린아이 키우는 직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은 당연히 육아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는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극성이라 매도한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건 다니지 않건 서로 도우며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은 엄마들이 아니라 남편과 학교와 회사와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5. 언젠가 딸이 회식했다고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서는 엄마 미안해, 하면서 펑펑 우는데 마음이 참 안 좋았어. 그게 왜 걔가 미안할 일이야. 걔는 내가 가르친 대로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근데 진명 아빠, 나 사실 좀 억울하고 답답하고 힘들고 그래. 울 아버지 딸, 당신 아내, 애들 엄마, 그리고 다시 수빈이 할머니가 됐어. 내 인생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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