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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소설/국내 2023. 10. 25. 10:45
1. 앞으로 한 걸음만 더 옮기면 손이 닿을 수도 있었지만 필용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이 간절함으로, 연민과 구애의 감정이 뒤엉킨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는 걸, 자기 자신만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필용은 말없이 르망에 올라탔다. 문산까지 오는 동안 필용이 전율했던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뻥 뚫린 것처럼 없어지고 말았다. 필용은 울었다. 울면서 무엇으로 대체되지도 좀 다르게 변형되지도 않고 무언가가 아주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p.37
2. 그래도 그렇게 나이가 많은데 갓 스무 살 된 디저이너들까지 조종균씨, 조중균씨, 하는 건 해란씨 말처럼 좀 어색했다. 하다못해 주유소를 가도 선생님, 사장님, 하는 판국에 그렇게 호칭에 인색해서야, 이런 경우는 대부분 윗사람들이 중재를 안 한 경우였다. 일단 정해지면 다들 지킨다. 왜냐면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게 더 귀찮은 일이니까. p.47
3. 멍청한 여자들은 인생이 가엾어지는 것이란다. 그런 여자들은 깃털처럼 잠깐 떠올랐다가 이내 바닥으로 내려앉는 일들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남자들의 친절이나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는 열차 같은 것, 물방울처럼 허무한 구애의 말들 말이다. p.107'소설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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