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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배수아-
    소설/국내 2023. 12. 7. 13:55

     

     

     

    1. 누군가 나를 이쁘다, 좋다 하면 나는 불안하고 믿기지 않는다. 처음 수업에서 이름을 잘못 불렸을 때 같은 불안감이다. p.20

    2. 그녀의 자리에는 그녀와 비슷한 용모를 가진 또다른 여비서가 같은 종류의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그녀라는 존재의 개별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그녀 자체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보통의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그녀여야만 했던 존재의 당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죠. 생의 반 이상을 살게 되어서 이제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더 가까워진 사람이라면 눈치채게 되는 어떤 운명의 비밀이죠. p.116

    3.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의 시간이 응축된 섬광의 순간, 그리하여 나는 불멸이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궁극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다른 모든 것의 내용은 가벼운 눈물이다. 극단을 수용한 다음 나는 강해진다. 내 존재의 모든 것, 부정하지 않는다. 아름답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변명도 후회도 없이 앞으로 간다. 그리운 것이 있어도 뒤돌아보지 않겠다. p.230

    4. 마음이 감상적이 된다는 것은 자기애와 연민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나약해집니다. 수행을 견뎌낼 의지를 잃게 되고 눈물을 흘리거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노동보다는 유희를 즐기게 되고 즐기기 위해서 부를 축적하고 싶어집니다. 세속적인 행복을 추구하여 결국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합니다. 내가 남보다 가난하고 내가 남보다 더 많이 일하고 내가 남보다 더 낮은 곳에 있다고 불만을 품게 됩니다. 온갖 감상적인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고행하지 않으면서, 인생은 고행이라고 쉽게 말합니다. 파괴된 에고를 불행이라고 울부짖습니다. 자기애가 강해질수록 연민은 더욱더 자기 자신만을 향합니다. 이타적이라는 것은 자기 밥그릇에서 먹고 남은 찌꺼기를 남에게 던져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진실한 애정도 마찬가지죠. 자기애의 충족을 위해서 대상을 고르고 자기 감정에 충실하면서 애정을 진행시키고 그리고 감정이 소멸된 다음에는 자기를 위한 변명을 준비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p.245

    5. 결국 이해관계가 없으면, 무관심할 수밖에 없죠. p.329

     

    6. 실체는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 충실해야 하는 것은 역할이다. 그것이 조직 인간이다.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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