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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비소설/국내 2023. 12. 11. 11:27

     

     

    1.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써왔고, 또 그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삶에 이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p.11

    2.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무라카미 하루키) p.17

     

    3. 술을 마시면 더욱 솔직하고 진실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술에 취한다는 건 결국 그냥 좀 멍청해지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게 내가 이십 년 정도 마셔오며 내린 결론이다. 멍청해진 상태에서 하는 이야기가 평소보다 더 진실된 것이라면 좀 이상한 일 아닌가. 물론 멀쩡할 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하지 못했던 말을 술에 취하면 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종종 있기는 하다. 뇌에서 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 중 하나가 자기 억제를 관장하는 부위라고 하니,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밝히는 마음이 더 진실된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꺼내기 주저하는 마음도 어쨌든 진심이다. 그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진실된 대화란 그렇게 상충하는 여러 진심들을 빠짐없이 마주한 후 적절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뇌의 일부를 마비시키고 특정한 진심만을 꺼내놓는 것과는 다르다. p.26

    4. “나는 적어도 하루 한끼는 흰쌀밥으로 먹어야 힘이 나라고 말한다면, 흰쌀밥이 건강에 안 좋다고 굳게 믿는 친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기분 탓이야.” 이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기분을 좀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나는 기분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p.52

    5. 추구한다는 건 어떻게든 노력을 한다는 뜻인데, 노력이란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는 상극이지 않나. 한마디로, 나는 바라면 바랄수록 멀어지는 것을 바라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버릇을 갖게 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든지 아무것도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점점 불리해진다. 아무것도 안 해도 상관없고, 또 뭔가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 p.60

    6.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뜻이고, 막연한 삶은 종종 외롭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할 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내 경우에는 매일매일이 그런 셈이다. 물론 우는 소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하기 싫은 것은 정말 하기 싫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p.119

    7. 하지만 당신의 오늘 하루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지 못했다고 해도, 바로 그 때문에 누렸던 무언가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하루종일 막막함에 시달렸고 그래서 방금 밤 산책을 하며 쓸쓸함을 느끼긴 했지만 어쨌건 오늘도 마음대로 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p.120

    8. 나는 나이나 세대는 결국 문화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십대와 사십대는 마치 아프리카와 아시아처럼 다른 문화권인 것이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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