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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
    비소설/국내 2023. 12. 13. 12:53

     

     

    1. 부모의 마음을 알아차리면 적어도 마흔은 넘어야 합니다. 제가 부모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지금 마흔 넘은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면 알아듣도록, 좋게 말하라는 겁니다. 아이들은 결코 알아듣지 못하거든요. p.37

    2. ‘엄마랑 있으면 안전하고 즐거워. 다른 사람과 있어도 안전하고 즐겁겠지?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돌봐 주는 걸 보니 나는 가치 있는 존재구나. 엄마를 믿을 수 있으니 세상도 믿을 만하겠구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아이는 이렇게 느낍니다. 어머니가 제대로 반응해 줘야 아이는 안정된 성격을 가진 어른으로 자랍니다. 대인관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 어른으로요. 반대로 어머니가 아이의 신호를 귀찮아하고 무시하거나 내킬 때만 반응해 주면 아이는 굉장히 불안한 사람으로 자랍니다. pp.58-59

    3. “위험해”하면서 얼른 아이를 위험한 곳에서 내려 주면 되는데, 무섭게 소리치며 때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순간을 굉장히 공포스럽게 기억합니다. p.75

    4. 많은 부모가 저에게 물어요. “아이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 할까요?” 부모는 아이에게 뭔가 해 주려고만 합니다. 그런 마음도 사랑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모에게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는 중요합니다. 어떤 것은 꼭 해 주어야 해요. 그러나 아이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어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면 아이에게 해가 됩니다. 무언가를 해 주는 것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76

    5. 부모가 주고 싶어 하는 사랑이 모든 아이에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에요. 부모들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까?’보다는 ‘이 아이가 부모인 나에게 무엇을 원할까?’, ‘아이는 내게 어떤 말을 듣길 원할까?’라는 생각을 하길 바랍니다. p.77

    6. 우리는 결과 속에 살지 않아요. 과정 속에서 생각하고 선택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나를 느끼며 삽니다. p.90

    7. 아이에게도 옳은 기준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아빠한테 그렇게 하면 안 돼”라거나 “아빠가 너희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같은 말을 하면, 아이들도 혼란과 무력감에 빠질 수 있어요. 어린 시절에 자신의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참고 부모에게 맞추려고 했던 무의식적 갈등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답습시키는 겁니다. 부모의 행동이 옳지 않으면, 옳지 않은 거라고 말해 주어야 해요. 남편 흉을 보라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느끼는 분노, 불만을 기본적으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아빠한데 화나는 게 당연해. 엄마도 이건 아빠가 고쳐야 한다고 봐”라고 말해 주세요.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나은 거니?”라고 말하지 마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본질은 두려움입니다. 나쁜 상태로 후퇴할까봐 두려워서 본질을 직면하지 못하는 겁니다. p.94

    8. 우리에게는 많은 역할이 주어져 있어요. 누구의 부모, 자식, 배우자, 친구, 동료, 사회인 등 이 역할들을 착하게, 순종적으로 잘 해내야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 역할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그냥 ‘나’입니다.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세요. 우리는 역할로만 인정받는 그런 작은 존재가 아닙니다. p.95

    9.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감정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 또한 가치가 있고요. 부모가 아이의 부정적 감정에 너무 강하게 반응하면, 아이는 다음부터 그런 감정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 감정은 아이 안에 하나둘 쌓였다가 언젠가 도저히 감정이 안 될 때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도 해요. 그나마 표현하고 폭발하는 것이 나은 겁니다. 표현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은 스트레스가 되어 엉뚱한 감정으로 표현되거나 ‘스트레스성’이라고 불리는 많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거든요. 더 심각한 것은, 아이는 단지 부모에게만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어색해진다는 거예요.

     아이의 감정을 다룰 때는 아이의 감정을 나무라지만 않아도 잘하는 겁니다. 아이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른다면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지금 굉장히 불편하다는 것은 엄마가 알겠어”라고만 해 주어도 됩니다.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지금 표현하는 감정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읽어 주는 것이죠. 아이가 계속 화를 내면 “네가 이렇게 화를 계속 내면 엄마도 힘들고 당황스러워. 조금만 화를 가라 앉혀 보자”라고 말하고 기다려 주세요. p.149

    10. 키가 작아서, 뚱뚱해서, 못생겨서, 돈이 없어서, 학력이 낮아서 등 열등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내게 열등감을 갖게 한 원인이 지금 내 삶을 힘들게 하는 원인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내 삶이 힘들지 않으려면 열등감을 만드는 그 원인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나는 나에게 열등감을 주는 그 원인으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불안한 것일 수도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기가 너무 버거워서 ‘열등감’을 만든 그 원인 탓을 하는 겁니다. (...) 하지만 그 열등감에게 너무 높은 대우를 해 주지 마세요. p.152

    11. 내가 후회하는 일은, 정말 후회할 만한 일이 아닐 때가 많아요. 나의 후회가 또 다른 후회를 낳지 않도록 지금의 후회를 잘 들여다보세요. p.167

    12. 당신에게도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너무 힘든 것 잘 알아요. 충분히 지쳐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아주 조금만 힘을 내어 보세요. 지금은 상처받았던 그때가 아닙니다. 지금의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상처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말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은 그때와 달라요. 내가 마무리하고자 하면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고, 그것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p.177

    13. 아이 앞에서 화내지 마세요. 쉽게 “순간 욱해서 그랬어”라고 말하지 마세요. 욱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있는 변명이 아닙니다. 부모에게는 잠깐의 욱이고 화였는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이 됩니다. 아이는 살면서 그럴 때가 가장 힘이 듭니다. 상처가 돼요. p.204

    14. 감정을 표현하면 감정으로 받아 주세요. (...) “우리 ○○, 많이 속상하구나” “동생 때문에 많이 힘들지?”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가 몰랐네. 미안해.” 그리고 따뜻하게 물어 주세요.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 뭐가 힘든지 엄마한테 말해 줄 수 있어?”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좀 따라가 보세요. 그래야 아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안아 줄 수 있어요. pp.232-233

    15. 평소 서로 기분이 좋을 때는 말이 많아도 좋습니다. 유쾌한 대화가 되거든요. 그런데 서로 감정이 안 좋을 때 말이 많으면 손톱으로 칠판을 찌이익 긁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p.234

    16. ‘잘’을 잘못 해석하면 육아가 무척 힘들어요. 아이가 골고루 먹어야, 키가 커야, 성적이 좋아야, 좋은 대학에 가야 잘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마음이 편안한 아이로 키우는 거예요. 꼭 ‘잘’ 해야만 할까요? 꼭 그래야만 한다면 어디 부담스러워서 세상으로 나올 수나 있을까요? (...) ‘그냥’ 해도 괜찮고, ‘좀’ 해도 괜찮아요. 결국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p.241

    17.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뭘까요? 이 아이의 인생을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아이와 내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내 아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p.251

    18. 살아가면서 기분이 나빠지거나 우울해지거나 괴로워지거나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언제나 ‘잠깐만, 잠깐만’하면서 스스로를 멈추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라고 물어야 합니다. ‘음, 기분이 좀 안 좋은데,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 근데 저 사람이 나한테 그럴 이유가 없는 걸’이라는 식으로 생각해 보는 거지요. 그러면 그 생각에 따라서 행동이 바뀝니다. 이전에는 그런 상황에서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번에는 가볍게 “제가 먼저 왔는데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p.259

    19. “최선을 다해도 언제나 결과가 좋을 수는 없어.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어. 좌절하기도 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 실패나 좌절까지 모두 쭉 겪어 나가는 거야.” (...) “결과가 좋아야 최선이 아니야. 열심히 해도 결과는 나쁠 수 있어. 좌절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거야. 끝까지 겪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마무리가 되지. 그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최선이야.” p.274

    20.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만나 온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굉장히 여렸어요. 잘 울고 상처도 잘 받았죠,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며칠 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네가 아주 어렸을 때는 감정이 와서 탁 닿으면 그릇에 금이 갔어. 그래서 너희 부모님은 굉장히 오랫동안 그릇에 금이 가지 않도록 너를 애써 키웠단다.” (...) “많이 좋아졌는데 그릇이 얇으면 울림이 커. 그래서 감정이 탁 닿으면 공명이 생기지. 그 울림이 네 마음에 코옥 하고 아픔으로 오는 거야.” 아이는 제 말에 막 웃었습니다. “그 울림이 너한테 영향을 줘. 너를 마구 흔들어서 너의 근간을 흔들리게도 해. 예를 들면 누가 좀 기분 나쁜 말을 했을 때 역시 ‘난 안 돼. 난 이런 소리나 듣는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근간이 흔들리는 거야.” 아이는 웃음을 멈췄습니다. “그럴 때는 울리는 그릇을 탁 잡아. 네가 그럴 수 있어야 해. 장기적으로는 그릇을 좀 두껍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좀 든든한 사람이 지. 섬세한 것은 좋은 거야. 하지만 울림은 적어야 해. 그릇이 얇으면 다른 사람이 자꾸 너를 흔들 수 있어. 그런데 그 다른 사람이 늘 옳은 것은 아니야. 어떨 때는 너를 아끼지만 말은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정신과 의사처럼 남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하거든. 그럴 때는 조금만 울리다가 탁 잡고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라고 얼른 생각해.”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마음에 뭔가 탁 부딪치면 아파지기 전에 그릇을 꽉 잡으세요. 그 울림이 너무 오래 가서 나의 뿌리와 둥지까지 흔들게 두지 마세요. pp.294-295

    21. 저희 집에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알람을 맞춰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오전 7시 30분이었는데 제가 착각하고 오전 7시 15분에 맞춰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말하더군요. “지나간 시간은 세팅할 수가 없습니다.” 기계가 한 말이지만 그 말을 듣고는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아! 그래요. 지나간 것은 그것이 영광이든 상처든 이제 ‘내’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시간이에요. 타임머신을 타고 가지 않는 한, 그냥 지나온 것입니다. 그 지나온 것으로 깨달음도 있고, 상처도 있고, 어떨 때는 너무 아쉽고 슬프고 굴욕감도 느끼지만, 지나온 것은 ‘내’가 어떤 힘을 행사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나온 것은 그냥 되돌아볼 수 있는 자료일 뿐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왔든 나쁜 결과가 나왔든 그것은 ‘나’의 긴 인생의 행로에 그저 일정 기간일 뿐이에요. 지나온 것은 이제는 지나가 버린 것입니다. p.305

    22.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는 자기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구나’라는 인간적인 허망함이 들었어요.

     그 이후에도 여러 경험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겁니다. 그것에 대해서 누가 우리한테 찬사를 보내든 아니든, 그런 것들은 모두 자기 입장에 따라 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 언제나 중요한 우선순위에 따라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그것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지요. 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어요. 그리고 어차피 사람마다 입장이 다릅니다. 입장이 다른 것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와 공감 능력이 필요할 뿐이에요. 우리가 최선을 다했는데 누가 험담을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p.311

    23. 내일을 잘 살아가려면 오늘이 끝나기 전 ‘나’를 용서하세요. ‘내’ 마음의 불씨를 끄는 것이 용서입니다. 오늘 생겨난 불씨는 오늘 그냥 꺼 버리세요. 그 작은 불씨를 끄지 않으면, 불씨는 어느 틈에 불길이 되어 당신 마음의 집을 다 태워 버릴지도 모릅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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