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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소설/국외 2023. 12. 19. 12:18

     

     

    1. 두 사람의 훌륭한 인생은 분명 사랑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생은 확실히 훌륭했다. 수전도 매슈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혼생활, 네 아이, 커다란 집, 정원, 파출부, 친구, 자동차 등을 내심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바로 이것,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게 된 것은 수전이 매슈를 사랑하고 매슈가 수전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사랑이 바로 삶의 중심이자 원천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른 모든 것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수전이나 매슈의 잘못은 확실히 아니었다. 원래 세상이 그런 탓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현명하게 상대를 탓하지도, 자책하지도 않았다. p.281

    2. “지금보다 더 혼자 있을 필요가 있어.” p.297

    3. 수전은 처음에 남편과 장남 해리가 나누는 대화를 언뜻 들었을 때,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 커다란 집에서 그녀가 자기만의 방을 하나 마련하는 일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이렇게 엄숙하게 토론해야 될 일인가? 그냥 수전 본인이 “이제부터 맨 꼭대기의 작은 방을 내 방으로 꾸밀 테니까,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마.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선언하면 안 되나? 이렇게 진지하게 오랜 시간 토론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선언만으로 끝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리와 매슈는 파크스 부인과 함께 들어온 쌍둥이에게 자기들의 토론 결과를 설명해주었다. “그래, 여자가 가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어.” 수전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정원 끝까지 가서, 혈관 속을 악마처럼 들쑤시는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다. p.300

     

    4.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p.304

    5. 이제 그녀는 매슈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두 사람은 이 집에서 서로를 친절하게 참아주는 낯선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p.308

    6. 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쭉 뻗고 미소를 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 트라우브의 고용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그녀는 존스 부인이고 혼자였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p.318

    7. 이렇게 고독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워졌다. 너무 쉬워서 마치 자신이 어머니와 아내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껍데기만 이리로 옮겨와 식구들과 함께 움직이며 엄마, 어머니, 수전, 롤링스 부인이라는 부름에 응답하는 것 같았다. (....) 하지만 그녀, 수전, 또는 수전이라는 이름에 거짓말처럼 기꺼이 대답하는 존재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패딩턴에 있는 프레드 호텔에서 편안한 고독의 시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pp.31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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