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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비소설/국내 2023. 12. 19. 14:15

     

     

     

    1. 저(피아니스트 조성진)는 어릴 때부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음악만이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해서도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생각이 많은 건 인생에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뭔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발라드 네 곡을 꼭 연주하고 싶었지만 이 음반이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거나 이것이 나의 완성 작품이라고 여기면 부담스러워져요. 음반은 스물두 살의 조성진이 아니라, 2016년 9월에 조성진이 할 수 있었던 최선만 담은 것이고 연주도 마찬가지예요. 의미를 많이 두면 머리가 아파지더라고요. p.21(조성진 편)

     

    2. (슈베르트의 음악은)맑고 투명하다 못해 하늘이 보이는 착각이 들죠! 어쩌면 슈베르트 음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후기 소나타 세 곡을 들어보면 19번 D.958은 땅에 있는 곡, 20번 D.959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곳, 마지막으로 21번 D.960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곡 같고요. p.25(조성진 편)

     

    3. 베토벤의 ‘비창’ 2악장은 장조로 시작하지만 행복하지 않아요. 슬픔을 느끼지만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결국 굉장히 농축된 슬픔인 거죠. 심지어 이어지는 3악장은 빠른 템포지만 쓸쓸한 느낌이고, 마지막 종지도 여운 있어요. p.35(조성진 편)

     

    4. 요즘은 정보도 많고 기회도 많은 시대잖아요. 한국을 찾는 음악인들의 마스터클래스도, 오디션 기회도 많죠. 검색하면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자료는 또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그게 문제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할 시간을 갖기 전에 보고 듣는 정보가 과합니다. 나는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 하나만 믿고, 원하는 소리를 찾을 때까지 인내하고 시간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공부해서 길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민하고 인내하고 자기 자신과 씨름할 틈을 주지 않아요. 그 상태에서 정보와 의견이 넘쳐나니 뭘 취해야 하는지도 모르죠. pp.145-146(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편)

     

    5. 그때도 나에 대한 자신감이 쌓이는 한편, 그만큼 잘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환경이 바뀌고 그것 때문에 갑자기 생활이 바뀌는 일은, 경험하는 것이 경험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특히 말도 못 하게 힘든 일을 겪었을 땐, ‘이거 잘됐다!’며 받아들이라고. 어머니 자신이 그렇게 살다 가신 분이고요. 힘든 경험은 겪는 것이 결국 낫다고 하셨습니다. 변화를 겪어내면서 터득하는 힘이 생기니까요. p.151(정경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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