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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소설/국내 2023. 12. 27. 14:59
1.『천자문』의 우주는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지금 말하는 그 우주가 아니란다. 집 우(宇)는 집의 대들보에서 비롯된 글자로 공간을 뜻하고, 집 주(宙)는 밭(田)에 싹이 움트는 모양에서 온 것으로 즉, 시간의 변화를 의미하지. 그러니까 이 문장은 공간과 시간이 넘치도록 크고 황량하다는 뜻으로 읽어야 돼. 그런데 이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특성이기도 하지. 우주의 대부분은 그냥 텅 비어있단다.“ p.19
2. 그곳을 떠나 많은 것을 보았고,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구조되더라도 육신이 없는 텅 빈 의식으로 살아가다가 오래지 않아 기계지능의 일부로 통합될 것이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pp.29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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