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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소설/국내 2023. 12. 28. 12:33
1. 마리는 지훈과 있을 때는 완벽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되었다. 지훈의 가족은 마리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법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마리의 삶이 어땠는지를 은근히 궁금해하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집에 돈은 많은지, 엄마와는 어떤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장래의 꿈은 어떻게 되는지 따위를 직간접적으로 질문하지 않았다. 지훈의 부모님에게 마리는 그냥 지훈이의 친구였고, 지훈에게 마리는 독일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였다. 그거면 충분하지 뭐가 더 필요하냐는 눈빛이었다. pp.138-139
2. “...수혁아,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깊은 우물 속 같은 마음을 꺼내며 밤새도록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 거야. 아버지가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화려한 시절도 지나가고, 미칠 듯한 열정과 환희의 순간도 빛이 바래지. 하지만 이야기는 영원히 남아. 이야기는 마음속에 남는 거니까. 어디 닳아서 없어지지도 않고, 깨어져 부서지지도 않더라...”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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