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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이순자-비소설/국내 2023. 12. 28. 12:57
1. 나는 왜 아프다고, 싫다고 말하지 못할까? ‘아프다’ 말한다고 아픔이 없어지지 않으니까... ‘싫다’ 말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니까... 양보는 내게 미덕이 아니다. 무언가 양보한다고 해서 내게 큰일이 나지 않기 때문에 양보하는 거다.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에 배고팠던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사정을 알고,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사람이 집 없는 설움을 안다고 했다. 나는 너무 많이 아파봤다.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라서 나와 비슷한 경우를 보면 공감을 잘할 뿐이다. 나는 그저 내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들에 수긍할 뿐이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나는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글쓰기를 하며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다, 이 변화를 제대로 따져보기로 한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대하는 무례한 사람들의 태도에 이제는 침묵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내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하지만 말로 슬그머니 나를 밟는다. 내가 항상 져주기만 하니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전 같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거슬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따지고 든다. 하고 싶은 말을 우물쭈물 삼키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나는 여전히 나였다. (...)
나는 바보도, 천사도, 무늬만 천사도 아닌 그냥 나, 이순자다. 사람들이 나를 나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pp.28-29
2. 이제 남은 생을 잘 살려면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자존심으로 무장한 자격지심이 나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원래 내가 지닌 양보와 배려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갈 날이 가까운 어른이니 무늬만이라도 천사를 닮아가야겠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을 기쁨으로 보듬지만, 불행한 사람은 주변을 어둡고 절망스럽게 만든다. 행복과 감사는 단짝이다. pp.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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