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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안혜연-소설/국외 2023. 10. 25. 10:25
1. 그러니 떠나고 싶어지면 그냥 떠나라. 혼자여도 괜찮다. 떠나는 데 필요한 것은 용기도 돈이 아닌 포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손에 쥔 것도 없는 주제에 무얼 그리 세게 움켜쥐고 살았는지. 초라한 통장 잔고, 겨우 대리나 과장 따위의 직책 그까짓 게 뭐 대수라고. 몇 달쯤 자리를 비우면 큰일이 날 것 같지만 그럼에도 회사는 톱니바퀴 맞물리듯 잘만 돌아가고 내가 잠시 이 나라를 떠나 있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걱정할 뿐. pp.26-27
2. 철학자 루소와 같은 생각으로 여행한다. “나는 내 편한대로 걷고 내 맘에 드는 곳에서 멈춰 서고 싶다. 돌아다니는 삶이 내게 필요한 삶이다. 화창한 날씨에 아름다운 고장에서 서두르지 않고 맨발로 길을 나서서 한참 가다가 마침내 기분 좋은 것을 얻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삶의 방식들 중에서 내 취향에 가장 맞는 것이다.” p.41
3. 여행하다 만난 이들 중에서는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고 한낱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인연도 있다. 잡으려고 해서 잡히는 것도 아니고 피하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더라. 인연은 그런 건가 보다. 이어질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끊어질 사람은 끊어내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
길 위에서 만난 당신들, 잘 지내나요?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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