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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소설/국내 2023. 12. 29. 16:22

     

     

    1.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p.21

    2. 원래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우윤이 아팠던 시기와 겹친다. 대학병원의 대기 시간은 길었고, 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은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 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pp.22-23

    3. 문장의 아취가 비슷한 작가 없이 독특하신 것 같아요. p.168

    4. “그렇게 말하지마. 네가 열려 있는 사람이라 변화에도 적극적인 거겠지. , 너 처음 봤을 때부터 확 느꼈는데. 열려 있는 사람이란거. 튼튼하게 활짝 열리는 창문이나 공기가 잘 통하는 집처럼.” p.204

    5. 마감이 밭았고,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무신경했던 탓이라고. 급히 수정을 하고 당사자에게도 사과했는데 그래도 계속 마음에 남는다고. 무신경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p.208

    6. 가끔 명은이 부러웠다. 남매를 낳은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벼운 삶이. 무엇에든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경아는 집중력도 기억력도 다른 온갖 수행 능력도 사실 산산조각난 채 십수 년을 살아왔다. p.263

    7. 사랑은 돌멩이처럼 꼼짝 않고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빵처럼 매일 다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거래. p.304

     

    8. 말이란 건 그렇습니다. 일관성이 없어요. 앞뒤가 안 맞고, 그때의 기분에 따라 흥, 또다른 날에는 칫, 그런 것이니까 그저 고고하게 말없이 지낼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도 합니다.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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