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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드랑이와 건자두> -박요셉-
    비소설/국내 2024. 1. 11. 13:31

     

     

    1. 나는 티끌 같은 재능이 바닥나는 줄도 모르고 그것을 계속 소진해왔고, 늘 미래에 살며 알 수 없는 앞날에 불안해하느라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내일의 편안함을 위해 오늘 불편해했다. pp.65-66

     

    2. 몇 가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이 나를 괴롭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사소한 욕심으로 누군가가 미워졌을 때 나는 불행했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나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밤이 떠오르고 사라지곤 했다.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행복과 쾌감을 구분하기로 했다. 길고 긴 침잠 끝에 비로소 흐릿한 결말 같은 것을 마주했다. 둘 다 가질 수 있다면 행운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평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그럴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그것이 행복인지 쾌감인지를 조금씩만 더 고민해보고 나아가기로 했다. 둘 중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쾌감은 끊임없이 지속되지 않으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마물 같은 것이다. pp.147-150

     

    3. 아마도 나이가 드는 것의 좋은 사소한 고민들에 그러려니 하고 관조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는 것일 테다. 큰 걱정 같아 보여도 잠시 그러려니 하고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고민들의 대부분은 조용히 사라진다. p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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