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카트 읽는 남자> -외른 회프너-
    소설/국외 2023. 10. 25. 10:49

     

    1. 우리는 말하는 행위에 양측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토대가 있다고 가정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커피 잔을 집어 들어 옆에 있는 벽에 세차게 던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어느 정도 명확하다. 커피 잔이 깨지고, 카펫은 더렵혀질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더 이상 커피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언어는 훨씬 더 복잡하다. 모든 것이 정확히 표현된 그대로 들리기만 한다면 인간관계의 끊임없는 다툼은 훨씬 적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류가 멱살잡이를 하는 일이 아마 약간 더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항상 말하는 일과 듣는 일, 이 두 가지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곳에서 실제로는 네 가지 일이 벌어진다. 말하고, 표현하고, 듣고, 이해하는 일이다. p.62
     
    2. 우리는 거기 있었다. 코르덴 재킷과 가죽 재킷을 입은 독단적인 부류의 두 사람. 고등 교육의 모든 장점들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부모 세대가 ‘어른이 된다’고 말하는 시점을 수년 전부터 미루고 있는 신시가지의 자기중심적인 아이들. 20대 후반 언제부턴가 더 성숙해질 기분이 싹 달아나버린 30대 중반의 남자들. 또 그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인생은 아름다운데.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코 대단한 출세도 하지 못한 채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과 삶을 즐기고 있다. 뭐, 출세를 위해서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 출세를 눈앞에 그려보았어야 했을 것이다. 부유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에 대해 불평한 적도 없다. 말솜씨는 얼굴에 온통 수염이 난 것만큼이나 매섭고, 차양 모자 아래에는 지식과 지혜라는 것을 세상에 내보이기를 몇 번이고 과시하는 깨어 있는 정신이 있다. 우리가 일단 자기 입장을 절대시하고 스스로 고도문화의 인간이라고 자처하고 나서면 자기 의견을 찬미하고 철벽처럼 옹호하기가 쉬워진다. pp.179-180
     
    3. 자기 부모의 생활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자녀들의 상당수는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아주 많은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 인생의 길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곧게 뻗어 있지 않다. 인생을 어떻게 살고, 어떤 가치들을 얼마나 오래 대변할지는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 살아가는 도중에 언젠가 어떤 생활 방식에서 다른 생활 방식으로 변경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다. 그러나 대개 자신이 일단 방향을 정한 길을 고수하며, 자기 생활 세계의 경계라고 느껴지는 범위를 아주 약간만 벗어난다. P.28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