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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라는 아이> -박성만-
    비소설/국내 2023. 10. 27. 10:03

     

    1. “당장 말하고 싶은 부정적 감정은 5분을 기다리면 진정됩니다. 말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된다면 밖으로 나가 30분을 아무 생각 없이 있어 보세요. 웬만한 감정은 다 진정됩니다.”
     
    2.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이 없으니, 말로 표현해야 할 많은 이야기들은 억압되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억압되면 거기에 따른 감정도 억압된다.
    혼자라서 외로웠다. 그러나 막내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없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 혼자의 외로움은 없는 척 무의식에 억압해 버리는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쓴 것이다. 그러면서 겉은 성실한 모범생, 속은 외로운 어린이가 되어갔다. 그래야 혼자라는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방어기제란 이렇게 살기 위해서 애쓰는 심리적 기제이다.
    막내의 마음 한구석은 늘 외로웠다. 그럴수록 외로움을 공부로 대체했다.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 태도로 바꾸는 데에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의식에 있는 그 외로움은 가끔 출몰하여 그녀를 외로운 아이로 만든다. 혼자 있을 때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3. “아니, 관심은 가지세요. 그러나 반응은 마세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엄마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막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야기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진다. 오장육부가 다 뒤집힌다. 막내는 엄마의 반응을 강요한다. 자신이 느낀 외로운 감정을 엄마도 똑같이 느끼도록 엄마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퍼붓는다. 그러면 엄마의 마음은 무척 불편해진다. “너의 것을 내가 왜 받아야 하나?”하는 저항이 생긴다.
    바로 이러한 방어기제,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똑같이 느끼도록 하는 심리적 기제를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투사적 동일시’라고 했다. 투사적 동일시는 주체가 무척 불안하여 그 불안을 스스로 다스릴 수 없을 때 대상에게 사용한다. 즉 다스릴 수 없는 주체의 불안을 대상의 마음에 밀어 넣어 대상도 똑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체가 자기의 이야기를 대상에게 퍼붓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대상이 이야기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때에 대상이 해야 할 일은 그 불안함을 함께 느끼며 상대의 감정을 잘 담아내듯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투사적 동일시는 바다의 폭풍과 같다. 폭풍은 바다 위에서 항해하는 배를 배려하지 않는다. 배는 항해를 중단하고 바다의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딸의 공격적 말들 앞에 멈추어서 기다리는 것으로 반응해야 한다. 딸의 이야기들은 혼자라는 불안이 만들어낸 과거 자신의 외로움이다. 말로 표현돼야 했고, 들으며 함께 느껴준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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