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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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소설/국외 2023. 11. 3. 10:33
1.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 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p.53 2. 그는 이디스의 새로운 행동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활동은 그에게 아주 조금 성가실 뿐이었고, 그녀가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필사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게 된 책임은 그에게 있었다. 그녀가 그와 함께하는 결혼생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주지 못했으니까. 따라서 그녀가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 그가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은 옳은 일이었다. p.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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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스무라 기쿠코-소설/국외 2023. 11. 3. 10:09
1. ‘미래가 지금인가’ 하고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한 킨크스의 곡에 집중하며 눈을 감는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운동선수였을지도 만화가였을지도 모르고 파일럿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샐러리맨이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얌전히 있으면 계속해서 일을 떠맡기도 하고, 무엇보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 괴롭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제법 좋은 추억도 있고, 새해 연휴에 만날 친구도 있다. 그런 거야 어렸을 때와 거의 똑같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뭐가 나쁜가. p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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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오가와 이토-소설/국외 2023. 10. 27. 10:45
1. "만일 스스로를 잘 모르겠다면 더 넓은 세계로 나가서 자신보다 높은 곳을 올려다봐. 좁은 세계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마음이 좁아지고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게 되니까. 아무도 나를 모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넓은 세계에 스스로를 던지면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싫어도 깨닫게 되지. 그럼 더 성장할 수 있어. 자신의 한계를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야." p.221 2. 나는 졌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웃고 나자 기분이 좋아졌다. 비뚤어지게 단단히 묶여 있던 리본의 매듭이 소리 내서 웃는 동안 조금씩 풀어져 갔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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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비소설/국외 2023. 10. 19. 14:36
1. 라디오로 크리켓을 듣는 일은 물고기가 입질을 하지 않는 어느 날 잔잔하고 큰 호수에서 나룻배를 타고 앉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것과 비슷하다.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채 낮잠을 자는 일과 비슷하다. 실제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하고 싶지 않을 때 도움이 된다. p.148 2. "이 나라에서 자네 운명은 전적으로 자연의 손에 달려 있다네, 친구.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지.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 "그게 뭔가?" "모든 게 연기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런 일들에 반드시 감사하게 될 걸세." p.219 3. 나는 얼굴 가득 밀려드는 파도를 주체하지 못해 물거품을 내뱉으면 헐떡거렸다. "난 지금 익사하는 중일세. 나는 육지의 아들이네. 이곳은 내 영역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