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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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이순자-비소설/국내 2023. 12. 28. 12:57
1. 나는 왜 아프다고, 싫다고 말하지 못할까? ‘아프다’ 말한다고 아픔이 없어지지 않으니까... ‘싫다’ 말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니까... 양보는 내게 미덕이 아니다. 무언가 양보한다고 해서 내게 큰일이 나지 않기 때문에 양보하는 거다.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에 배고팠던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사정을 알고,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사람이 집 없는 설움을 안다고 했다. 나는 너무 많이 아파봤다.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라서 나와 비슷한 경우를 보면 공감을 잘할 뿐이다. 나는 그저 내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들에 수긍할 뿐이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나는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글쓰기를 하며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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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방> -정시우-비소설/국내 2023. 12. 27. 11:21
1. 정시우: “현상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이면의 사정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박정민: “유기적인 건데, 이면을 우선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 인터넷 댓글만 봐도 그렇잖아요. 현상만 바라보고 달리는 의견들이 너무 많아요. 보면서 생각해요. ‘지금 이걸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더 들여다보지 않지?’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은 하나, 조금 더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p.44 2.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좆밥근성’이 필요하다. 세상에 진정한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소수이고, 그런 소수들조차 확신을 얻기 위해 자기만의 안간힘을 쓰니까. 오래전 신형철 문화평론가를 인터뷰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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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장대익-비소설/국내 2023. 12. 4. 10:51
1.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저는 그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걱정은 표정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한 자식에게 화나거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면 자식도 거울신경세포들의 작동으로 그런 표정을 똑같이 짓게 되고 이내 주눅이 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접습니다. 부모의 삶을 살기 시작하는 거죠. pp.88-89 2. 경쟁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해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과거와의 경쟁(자신과의 경쟁)이 그것입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모두가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된 경쟁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의 성장으로 나아가는 경쟁이 되지 않을까요?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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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인상주의 편> -진중권-비소설/국내 2023. 11. 10. 13:16
1. 고전미술에는 식별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p.17 2. 고전미술의 목표는 그저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정확히 묘사하는 데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전주의는 자연주의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자연주의’가 그저 사물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데 머물렀다면, ‘고전주의’는 그 수준을 넘어 사물을 이상적 아름다움으로 끌어올리려 했기 때문이다. p.23 3. 고전미술이 원근법적으로 구축된 공간 속에 소묘와 채색을 통해 실물을 방불케 하는 생생한 묘사를 한 것도 실은 환영 효과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적 교훈을 더 생생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고전미술의 중요한 특성이 도출된다. 즉,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의 시각적 번역’이라는 것이다. p.28 4. 18세기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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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비소설/국내 2023. 10. 19. 14:59
1. 내가 정한 크고 작은 일과에 따라 하루가 반복되기 때문에 매일이 비슷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비슷함에 가끔씩 지루함 같은 심심함을 느끼는 것뿐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 구겨서 버릴 필요도 없고. p.32 2. 고집이라는 단어는 딱딱한 줄만 알았는데, 나의 선호로부터 생긴 고집들은 말랑말랑하게만 느껴진다. p.50 3. 그리고 어느 날 점심시간 등나무 밑에서 “나는 있지. 마흔 살에 죽고 싶어”라고 말하던 친구의 표정도. 그 다음 날 “네가 죽으면 그게 언제가 되었든 나는 많이 슬플 거야”라고 적은 편지를 써주었고, 친구는 그날 점심시간에 내 편지가 기쁘다고 말했다. p.68 4. "괜찮아요“ 보다는 ”그럴 수도 있죠“라는 한마디가 마음을 끄덕이게 만든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무덤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