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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비소설/국내 2023. 10. 19. 14:59

     

    1. 내가 정한 크고 작은 일과에 따라 하루가 반복되기 때문에 매일이 비슷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비슷함에 가끔씩 지루함 같은 심심함을 느끼는 것뿐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 않은가. 구겨서 버릴 필요도 없고. p.32

     

    2. 고집이라는 단어는 딱딱한 줄만 알았는데, 나의 선호로부터 생긴 고집들은 말랑말랑하게만 느껴진다. p.50

     

    3. 그리고 어느 날 점심시간 등나무 밑에서 “나는 있지. 마흔 살에 죽고 싶어”라고 말하던 친구의 표정도. 그 다음 날 “네가 죽으면 그게 언제가 되었든 나는 많이 슬플 거야”라고 적은 편지를 써주었고, 친구는 그날 점심시간에 내 편지가 기쁘다고 말했다. p.68

     

    4. "괜찮아요“ 보다는 ”그럴 수도 있죠“라는 한마디가 마음을 끄덕이게 만든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무덤덤한 시선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p.93

     

    5.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걸 전제로 행동할 때가 많다. 던져서 버린 쓰레기가 튀어나와버렸을 때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며 바로 주워 제대로 버리곤 했다. p.94

     

    6. 서로 노력하지 않아도 슬며시 안 만나게 되는 사이가 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인 것이다.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며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는 동안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되고, 그런 일이 지속된다면 결국은 질리게 된다. 그냥 그런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맞지 않는 둘이었다는 결말.

    참 나쁘게도 거짓 가득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에 마음에서 가위를 꺼냈다. 나 혼자만 품고 있던 가위는 아니었을 테다. 서로 각자의 가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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