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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혼자 걷지 않으리> -정기동-
    비소설/국내 2023. 10. 20. 10:42

     

    1. 그러나 축구가 역동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 넓은 운동장에서 이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맨몸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두 다리로 숨이 턱밑에 차도록 달리고 몸을 던져 막아야 한다. 상대방과 치고받지 않을 뿐 몸과 몸이 격렬히 부딪친다. 감독의 창의적인 공격론과 과학적인 수비론을 구현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몸의 힘과 스피드와 지구력과 유연성뿐이다. 잘 단련된 몸뿐이다. 축구는 인간 맨몸의 집단적 역동성의 최고치를 보여주는 스포츠다.

    (셋째,) 폭발적이다. 그 정점에 골이 있다. 야구의 역전 끝내기 홈런도 짜릿하고 농구의 버저 비터도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 그러나 야구, 농구를 비롯해서 점수로 승부를 내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단 한 점이 갖는 폭발력을 축구에 견줄 만한 것은 단언컨대 없다. 90분 동안 단 한 골밖에 들어가지 않은 1대0의 경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 한 골을 기다리는 숨 막히는 긴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한 골은 드디어 맞닥뜨린 사냥감의 심장에 마지막 창을 꽂아 넣는 것과도 같다. pp.82-83

     

    2. 2004-05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이스탄불에서 AC밀란과 리버풀이 붙었는데, 전반전에만 리버풀이 세 골을 내줬습니다. 어쩌면 경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하프타임 때 드레싱룸에서 리버풀의 베니테스 감독은 서툰 영어로 말합니다. “너희는 리버풀이다. 최고의 팀들을 꺾고 여기까지 왔다. 고개를 숙이지 마라. 팬들을 위해 고개를 높이 들어라. 너희는 리버풀이다”라고 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합니다. 리버풀은 후반전에 세 골을 넣고, 승부차기까지 가서 결국에는 우승을 하고 마는 이스탄불의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pp.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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