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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이경미-
    비소설/국내 2023. 10. 20. 10:46

     

    1. 내가 엄마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크게 기대며 성장해왔는지 또 그 엄마가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를 깨닫자마자, 이제는 그 따뜻한 엄마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손쓸 틈 없이 급속히 멀어져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고 후회스러웠다. 가난한 유학생의 타향살이가 어떤 중압감인지도 모른 채 대학 입학금만 대주면 나머지 부분들은 알아서 하겠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쳤었나 싶은 부끄러움. 그리고 그런 다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무기력한 현실이 새내기라는 말도 어색한 나를 실타래 풀 듯 해체했다. 이제는 온전히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지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자각이 가슴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화장실의 안쪽엔 수많은 ‘대학생’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나는 순간 그런 여유조차 부러웠다. 가벼운 농담 한마디조차 나에겐 별나라의 일들이었다. p.12

     

    2. 하지만 서른도 훌쩍 넘기고 뒤돌아보니, 내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분노를 그리고 그에게서 탈출하려는 의지를 어려서부터 품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분노를 통해 생기는 가열찬 에너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각성케 만든 분이다. p.14

     

    3. 나사 파크의 외계적인 거대한 카코를 보자,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다치바나 다카시의 인터뷰집 《우주로부터의 귀환》의 한 대목, ‘지구를 떠나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p.25

     

    4. 분명 길이 있어야 할 곳이 막다른 골목으로 보이기 시작하며 끝없이 골목 양 옆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은 것이다.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다른 정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던 최초의 사건이었다. p.90

     

    5. “한때는 하루하루 어찌 살아야 하나 싶을 만큼 긴 것 같았는데, 지나보니 인생은 저 골목어귀 같더라. 멀리서 올 때는 너무 멀어 보였는데 어귀를 돌고 나니 골목은 금방 끝이더구나…” p.96

     

    6. 오랫동안 ‘어른 어린이’인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알게 된 몇몇 깨달음 중 하나는, 말이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음에 관한 한 많은 말들은 액면 그대로의 말이 맞을 확률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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