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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의 온도> -이기주-
    비소설/국내 2023. 10. 19. 14:22

     

    1.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p.18

     

    2.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p.25

     

    3.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는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多言이 실언失言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p.30

     

    4. 누구에게나 바다가 잇다.

    어떤 유형이 됐든, 깊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떤 자세로 노를 젓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건너고 있는지 살명서 한 번쯤은 톺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번쯤은. p.148

     

    5.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젋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로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p.205

     

    6. 흐린 가을이었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담아 하늘에 편지를 쓰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운전 중에 신호를 기다리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미루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짓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제 몸길이보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쉴 새 없이 운반하며 얼키설키 보금자리를 엮고 있었다. 기특해 보였다. 차를 멈추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휙 하고 한 자락 바람이 불었다. 미루나무가 여러 갈래로 흔들리자, 녀석이 애써 쌓아 올린 나뭇가지에서 서너 개가 떨어져 나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궁금했다. 녀석은 왜 하필 이런 날 집을 짓는 걸까. 날씨도 좋지 않은데...

    집에 돌아와 조류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일부 조류는 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내가 목격한 새도 그러한 연유로 흐린 하늘을 가르며 날갯짓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뭇가지와 돌멩이뿐만 아니라 비와 바람을 둥지의 재료로 삼아가며. p.218

     

    7. 어쩌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착'이 아니라 '과정'인지 모른다.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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