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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의 꽃> -보들레르-
    소설/국외 2023. 10. 30. 12:35

     

    1.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 사냥개,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
    우리 악의 더러운 가축 우리에서
    짖어대고 악쓰고 으르렁거리고 기어다니는 괴물들 중에서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그놈은 바로 「권태」! -눈에는 무심코 흘린 눈물 고인 채
    담뱃대를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안다,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 -내 형제여! pp.36-37('독자에게‘ 中)
     
    2. Ⅳ. 초상화
     
    「병」과 「죽음」은 모조리 재로 만든다.
    우리를 위해 타오른 불길을.
    그처럼 뜨겁고 다정하던 그 커다란 두 눈,
    내 가슴 적신 그 입술,
     
    향유처럼 힘찬 그 입맞춤,
    햇빛보다 더 뜨거운 그 격정,
    그중 무엇이 남아 있는가? 오 두렵다, 내 넋이여!
    남은 건 오직 퇴색한 삼색의 소묘 하나뿐,
     
    그것도 나처럼 고독 속에 스러져가고,
    몹쓸 늙은이 「시간」은
    날마다 그 거친 날개로 문지른다……
     
    「삶」과 「예술」의 검은 말살자여,
    너는 내 기억 속에서 절대로 죽이지 못하리라,
    내 기쁨, 내 영광이던 그 여인을! pp.100-101(‘환영’ 中)
     
    3. 사람들 마음 위에 집을 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두 부서져버린다,
    마침내 「망각」이 「영원」에게 되돌려주려고 채롱 속에
    그것을 던져줄 때까지는! p.111('고백‘ 中)
     
    4. 우울

    낮고 무거운 하늘이 뚜껑처럼
    오랜 권태에 시달려 신음하는 정신을 내리누르고,
    지평선 사방을 감싸며
    밤보다 더 음침한 검은빛을 퍼붓는다;
     
    땅은 축축한 토굴로 바뀌고,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를 이 벽 저 벽에 부딪히고,
    썩은 천장에 제 머리 박아대며 날아간다;
     
    끝없이 쏟아지는 빗발은
    거대한 감옥의 쇠창살을 닮고,
    소리 없는 더러운 거미떼가
    우리 머리 속 깊은 곳에 그물을 친다,
     
    그때 갑자기 종들 성나 펄쩍 뛰며
    하늘을 향해 무섭게 울부짖는다,
    악착같이 불평하기 시작하는
    정처 없이 떠도는 망령들처럼.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는 길고 긴 영구차들이
    내 넋 속에서 서서히 줄지어 가고,
    「희망」은 패하여 눈물짓고, 포악한 「고뇌」가
    숙인 내 머리통에 검은 기를 꽂는다. pp.163-164
     
    5. 여행
    -막심 뒤캉에게

    지도와 판화를 사랑하는 아이에겐
    우주가 그의 엄청난 식욕과 같은 것.
    아! 등불 아래 비치는 세계는 얼마나 큰가!
    추억의 눈으로 본 세계는 그토록 작은데!
     
    어느 아침 우리는 떠난다, 머릿속은 활활 타오르고
    마음은 원한과 서글픈 욕망으로 가득한 채,
    그리고 우리는 간다, 물결치는 파도의 선율을 따라,
    유한한 바다 위에 무한한 우리 마음을 흔들며:

    어떤 사람은 혐오스런 조국에서 달아나 즐겁고;
    어떤 사람들은 요람의 공포에서, 또 어떤 사람들,
    계집의 눈에 빠져 있는 점성가들은
    위험한 향기 피우는 저항할 수 없는 시르세에게서 달아나 즐겁다.
     
    짐승으로 변하지 않으려 그들은 취한다,
    공간과 햇빛과 타오르는 하늘에;
    추위가 살을 에고 햇볕에 구릿빛으로 그을러
    입맞춤의 흔적도 서서히 지워져간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들은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마음도 가볍게, 풍선처럼,
    주어진 숙명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까닭도 모르는 채 늘 “가자!” 하고 외친다.
     
    그들의 욕망은 떠도는 구름의 형상을 하고,
    대포를 꿈꾸는 신병처럼, 그들은 꿈꾼다,
    어떤 인간도 일찍이 그 이름 알지 못했던
    저 미지의 변덕스런 끝없는 쾌락을!
     

    아 두렵다! 우리는 빙글빙글 도는 팽이와
    튀어오르는 공을 흉내내고 있구나; 잠자고 있을 때조차
    우리의 「호기심」은 우리를 들볶으며 뒤흔든다,
    태양을 채찍질하는 잔인한 「천사」처럼.
     
    얄궂은 운명, 목표는 수시로 바뀌어,
    아무데가 없는가 하면 어디에나 있을 수도 있고!
    「인간」은 결코 지칠 줄 모르는 희망을 품고,
    휴식을 찾아 미친놈처럼 줄곧 달린다!
     
    우리의 넋은 이카리 섬을 찾아가는 돛대 세 개의 배;
    하나의 목소리가 갑판 위에서 울린다: “눈을 떠라!”
    미쳐 들뜬 또 하나의 목소리가 망루에서 외친다.
    ‘사랑… 영광… 행복!’ 아뿔싸! 그건 암초다!
     
    망보는 사내가 가리키는 섬들은 모두
    「운명」이 약속해준 「황금의 나라」;
    그러나 향연을 준비했던 「상상력」이
    아침 햇볕에 발견한 것은 암초에 지나지 않았다.
     
    오 환상의 나라에 미쳐 있는 가엾은 사내!
    녀석을 사슬로 묶어 바다에 던져야 할까,
    저 주정뱅이 수부를, 아메리카를 만들어낸 자를?
    그 신기루가 바다의 심연을 더욱 깊게 만든다.
     
    늙은 방랑객도 마찬가지, 발은 진창 속에 질척이면서도,
    코는 높이 쳐들고 찬란한 낙원을 꿈꾼다;
    홀린 그의 눈은 카푸이 도시를 찾아낸다
    어디서나, 촛불이 비춰주는 움막에서도.
     

    놀라운 여행자들이여! 바다처럼 깊숙한 그대들 눈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고귀한 이야기를 읽어내는가!
    그대들의 풍부한 기억이 담긴 보석 상자를 우리에게 보여다오,
    별과 대기로 만들어진 그 신기한 보석들을.
     
    우리는 증기도 돛도 없이 여행하고파!
    우리 감옥의 권태를 위로해주기 위해,
    화포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우리 정신 위에,
    수평선을 그림틀 삼아 그대들의 추억을 펼쳐놓아라.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보았다, 별들과
    물결을, 또 모래밭도 보았다;
    그리고 뜻밖의 재난과 사고에도 무수히 부딪혔으되
    우리는 여기서처럼 종종 권태로웠다.
     
    보랏빛 바다 위를 비추는 태양의 찬란함이,
    저무는 태양에 비친 도시의 찬란함이,
    우리 가슴속에 불안한 정열을 불붙여
    매혹적인 석양빛 하늘 속에 잠겨들고 싶었다.
     
    제아무리 호화스런 도시도, 아무리 웅대한 풍경도,
    우연이 구름과 함께 만들어내는
    저 신비한 매력에는 미치지 못했고,
    욕망은 쉴새없이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쾌락은 욕망에 힘을 더욱어 북돋워준다.
    욕망이여, 쾌락이라는 거름으로 자라는 노목이여,
    네 껍질은 두터워지고 굳어져가는데도,
    네 가지는 태양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한다!
     
    너는 계속 자라려는가, 삼나무보다
    더 강인한 큰 나무여? - 그러나 우리는 애써
    탐욕스런 그대들의 사진첩을 위해 몇 개의 크로키를 모아왔다.
    먼데서 온 것이면 무엇이든 아름답다 여기는 형제들이여!

    우리는 코끼리의 코를 가진 우상에게도 절했고;
    빛나는 보석이 새겨진 옥좌에도 절했다;
    공들여 정교함을 다한 궁궐은 그 꿈 같은 화려함이
    그대들의 은행가에겐 파산의 꿈이 되리;
     
    또 우리가 본 것은 눈을 황홀하게 하는 의상들;
    이빨과 손톱을 물들인 여인들,
    그리고 뱀이 애무하는 능란한 요술쟁이들.“
     

    그리고, 그리고는 또 무엇을?


    “오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여!
    가장 중요한 것을 잊기 전에 말하지만,
    우리는 어디서나 보았다, 일부러 찾아다닌 것도 아니건만,
    숙명의 사닥다리 위에서 아래까지 가득한
    불멸의 죄악의 지겨운 광경을;

    계집은 천한 노예, 교만하고 어리석어,
    웃지도 않고 제 몸을 숭배하고, 혐오 없이 제 몸을 사랑했으며;
    사내는 탐욕스러운 폭군, 방탕하고 가혹하고 욕심 많고,
    노예 중의 노예, 수채 속애 흐르는 구정물;
     
    즐기는 사형집행인, 흐느끼는 순교자;
    피로 양념하고 풍미를 내는 축제;
    독재자를 안달나게 하는 권력의 독약,
    그리고 녹초가 되게 하는 채찍을 사랑하는 백성;
     
    우리 종교와 비슷한 갖가지 종교는
    모두들 하늘로 기어오르고, 「신성(神聖)」은
    깃털 이불 속에서 뒹구는 성미 괴팍한 친구처럼
    수난과 고행에서 쾌락을 찾고 있었다;

    수다스런 「인류」는 제 재주에 도취되고,
    엣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어리석어
    노기등등한 고뇌 속에 하느님께 외친다“
    “오! 내 동류, 내 주여, 나 그대를 저주하노라!”

    좀 덜 어리석은 자들, 「광기」를 사랑하는 대담한 자들은
    「운명」의 신에 의해 울 속에 갇혀진 대중을 피해,
    끝없는 아편 속으로 도피하였다!
    -이상이 지구 전체의 영원한 보고서이다.“
     

    이것이 여행에서 얻어낸 씁쓸한 깨우침!
    단조롭고 작은 이 세계는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그리고 어제나 우리 모습을 비춰보인다,
    권태의 사막 속의 공포의 오아시스를!

    떠나야 할까? 남아야 할까? 남을 수 있으면 남아라;
    떠나야 하면 떠나고. 더러는 달리고 더러는 주저앉는다,
    빈틈없이 지키는 이 불길한 원수 「시간」을 속이기 위해!
    아! 떠도는 유대인처럼, 또 사도들처럼,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 있으되,
    이 더러운 망투사를 벗어나려면 아무것도,
    수레도 배도 소용없다. 그중에는 제 요람
    떠나지 않고도 그를 죽일 수 있는 자 있다.

    드디어 그가 우리의 등뼈 위에 발을 디디면,
    우리는 희망을 갖고 외칠 수 있으리 “앞으로!” 하고.
    옛날 우리가 중국을 향해 떠났던 것처럼,
    눈은 바다를 응시하고 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우린 「어둠」의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리,
    젊은 여행자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그대 들리는가, 달콤하고 슬픈 저 소리가,
    그 소리는 노래한다: “이리로 오라! 저 향기로운 「로터스」를
     
    맛보려는 그대들이여! 이곳이 바로
    그대들 마음 굶주려 있는 기적의 열매를 따는 곳;
    이리 와 취하라, 영원히 끝이 없는
    이 오후의 기이한 감미로움에!“
     
    그 귀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마도 망령;
    우리의 필라드는 저쪽에서 우리에게 팔을 내민다.
    옛날 우리가 그 무릎에 입맞추던 그 여인이 말한다,
    “마음의 불을 식히기 위해 그대의 엘렉트르 곁으로 헤엄쳐와요!”
     

    오 「죽음」이여, 늙은 선장이여,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자!
    우리는 이 고장이 지겹다, 오 「죽음」이여! 떠날 차비를 하자!
    하늘과 바다는 비록 먹물처럼 검다 해도,
    네가 아는 우리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독을 우리에게 쏟아 기운을 북돋워주렴!
    이토록 그 불꽃이 우리 머리를 불태우니,
    「지옥」이건 「천국」이건 아무려면 어떠랴? 심연 깊숙이
    「미지」의 바닥에 잠기리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pp.32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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