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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소설/국외 2023. 10. 31. 13:33

     

    1. 로마행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며칠 후면 넌 혼자 돌아갈 거야. 그 느낌이 엄청 싫을 테니까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해’라고 각오한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경고대로 그를 옆에 두고 조금씩 잃어버리는 연습을 하여 고통을 막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미신을 믿는 사람들처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도 과연 충격이 약해지지 않을지 지켜보았다. 야간 전투 훈련을 받는 군인처럼 어둠이 찾아왔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일이 없도록 어둠 속에서 살았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고통을 연습했다. p.258
     
    2. "우리가 그 방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로마에서 그런 것처럼 어깨가 맞닿은 채 둘 다 저녁 창문을 내다보는 거예요. 내 삶의 모든 나날 동안.“
     “내 삶의 모든 나날 동안에도.” p.268
     
    3. "Parce que c'etait lui, parce que c'etait moi(그가 단지 그이기 때문에, 내가 단지 나이기 때문에).“ p.273
     
    4. "이미 눈치 챈 사실을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이 많은 걸 얘기해 주지.“ p.284
     
    5. 그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경각심이 일었다. 너무 사실적이고 갑작스럽고 공공연한 일이었다. 리허설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동안 그를 영원한 과거 속에 넣어 두었다. 과거완료 시제의 연인으로 정지시켜 놓고 얼음에 올려 기억과 좀약으로 가득 채웠다. 내 수많은 저녁의 망령과 잡담을 나누는 저주받은 장식품처럼. 가끔 그를 털어내고 다시 벽난로 선반에 올려놓았다. 그는 더 이상 지상에도 삶에도 속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실감 나는 것은 서로가 택한 길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실감할 상실감의 정도였다.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정면으로 마주하면 아플 터였다.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갑자기 향수가 아프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그의 가족이나 그가 일군 삶, 내가 공유한 적도 결코 알 수도 없는 것들이 질투 나서였을까? 그가 갈망했고 사랑했고 잃었고 상실에 가슴 아파 했지만 내가 곁에서 지켜보지도 못했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것들. 그가 얻을 때도 포기해야 할 때도 내가 곁에 없었던 것들. pp.287-288
     
    6. 우리는 서로의 것이었지만 너무도 멀리 떨어져 살았고 이제는 다른 이의 것이었다. p.290
     
    7.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나이 들면 오겠다는 말이군. 내 아이들이 독립하고 없거나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말이야. 우린 저녁에 같이 앉아서 너희 아버지가 밤에 내놓곤 하던 그라파처럼 강한 브랜디를 마시겠지."
     “그러고는 몇 주 동안 행복했고 남은 일생 동안 그 행복의 그릇에 대고 면봉을 찍으면서 살아가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하겠죠. 행복이 다 사라질까봐 두려워서 의식적인 기념일에도 감히 극소량 이상은 마실 엄두조차 못 내면서요.”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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