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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카멘친트> -헤르만 헤세-소설/국외 2023. 10. 31. 13:42
1. 몇 주일의 세월이 견딜 수 없이 따분하게 흘러갔다. 이 분노와 갈등으로 얼룩진 절망적인 시간 때문에 내 젊음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행복한 꿈이 삶에서 그토록 빨리 와해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분통도 터뜨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돌발적이고 강렬하게 성장한 데에 또한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pp.50-51
2. "그런 사랑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아니면 비참하게 하는지 물어도 될까요? 아니면 그 둘 다입니까?“
“아, 사랑이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우리가 고통과 인내 속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알려 주기 위해 있는 것 같아요.” p.84
3. 죽음은 냉정했지만, 뛰쳐나간 아이를 집으로 맞아들이는 인자한 아버지처럼 다정하고 자비롭기도 했다.
나는 갑자기 죽음이 우리의 현명하고 착한 형제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죽음은 올바른 때를 알고 있으니,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그를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나는 또한 고통과 실망과 우울은 우리는 망치고 쓸모없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성숙시키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pp.106-107
4.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을 특수하고 뭔가 결함이 많은 사람으로 간주하고, 내 고통을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며, 또한 함께 나누지도 못하리라는, 괴상한 생각만 했다. 그런 장애와 악마는 사람들을 병들게 할뿐 아니라, 망상적이고 근시안적인 존재로 만들며, 그래서 사람들을 거의 교만하게 했다. 다른 사람은 고통을 감수하거나 미로를 헤매지 않는데, 자신은 마치 과대망상적인 하이네의 아틀라스처럼 이 세계의 온갖 고통과 수수께끼를 홀로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듯 착각한다. pp.115-116
5. 산맥과 호수, 푸른 섬을 매혹적이고 힘 있는 언어로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고, 그들의 집과 도시 밖에서 얼마나 엄청나게 다채롭고 활력 있는 삶이 날마다 피어나고 넘쳐흐르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나는 그들이 그들의 도시에서 힘차게 움터 나오는 봄,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 철도가 지나는 주변 숲과 장엄한 초원보다 이웃 나라의 전쟁, 유행, 소문, 문학과 예술에 관해서 더 잘 아는 것을 부끄러워하도록 하고 싶었다. 나는 그들에게 고독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잊지 못할 즐거움의 금빛 사슬을 발견했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고, 그들이 어쩌면 더 큰 세계의 기쁨을 발견하여 나보다 더 행복하고 기뻐할 수도 있으리라는 점을 알려 주고 싶었다. pp.150-151'소설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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